힐 미 차관보 거부로 무산…“북한 무조건 복귀” 압박
동북아협력대화(NEACD)가 열리는 도쿄에서 11일 오후 중국의 중재로 북한과 미국, 중국의 3자 협의가 추진됐으나 미국의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6자 회담 재개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도쿄 북-미 양자협의가 불발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2일 오후 한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11일 “6자 회담 중국 쪽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미 6자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힐 차관보에게 북-중-미 수석대표 사이 비공식 3자 회동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우다웨이 부부장은 이날 오전 주일 중국대사관에서 힐 차관보와 6자 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오후엔 김계관 부상과 세번째 만나는 등 다각적인 협의를 벌였으나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중국과의 접촉 뒤 “6자 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말해, 북-미 접촉 성사를 위한 절충안이 마련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동북아시아협력대화 기조발표를 통해 북한의 6자 회담 무조건 복귀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과 접촉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힌 뒤 “양자협의는 무수히 많이 했다. 문제는 협의가 아니라 행동”이라며 북한의 결단을 압박했다. 그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는 북한 관련 자금은 2400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렇게 작은 문제와 비핵화·경제개방 등 북한의 미래에 너무도 중요한 문제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발표 말미에 김 부상이 회의장에 들어왔기 때문에 서로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이제훈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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