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뒤 처음으로 남북이 함께 우리말 사전을 펴낸다. 사단법인 ‘통일맞이 늦봄 문익환 목사 기념사업회’(이사장 장영달)는 “오는 20일 오전 금강산 호텔에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과 함께 첫번째 전체 회의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2009년 12월 출간 예정인 <겨레말큰사전>은 남과 북의 언어 이질화를 극복하고 서로 이해를 높일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남쪽 <표준국어대사전>(1999년), 북쪽의 <조선말대사전>(1992년), 중국 연변의 <조선말사전>(1992년) 등을 기초 자료로 삼고, 또한 남북 각지에서 현지 실제 조사와 채록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편찬위원회와 별개로 80~90여명의 현지어 채록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18개 도의 주민은 물론, 일본·중국·러시아 등에 사는 동포들의 생생한 ‘입말’을 조사·채록할 계획이다. 편찬위원회는 이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남쪽의 표준말과 북쪽의 문화어(표준어)는 물론, 각 지역의 사투리까지 싣는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편찬위원회는 남북 문인과 국어학자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원장에는 고은씨가 선임될 예정이다. 남쪽 공동위원장은 홍윤표 연세대 교수, 북쪽 공동위원장은 문영호 조선언어학회 위원장이 각각 맡는다.
이번 결성식에는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여사, 장영달 통일맞이 이사장, 조성우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이사, 하남신 <에스비에스> 남북교륙협력단장 등이 남쪽 대표로 참관한다.
1989년 평양을 방문한 문익환 목사가 국어사전 공동발간을 제의하고 당시 김일성 주석이 동의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업은 지난해 12월 북의 민족화해협의회와 남의 ‘통일맞이’ 사이에 합의서를 교환하면서 본격화됐다.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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