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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국군은 조종사보다 전투기가 먼저?”

등록 2006-05-11 09:35수정 2006-05-11 13:37

어린이날을 맞아 5일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진행되던 에어쇼 도중 항공기가 활주로에 추락했다. MBC화면 촬영 2006.5.5 (서울=연합뉴스)
어린이날을 맞아 5일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진행되던 에어쇼 도중 항공기가 활주로에 추락했다. MBC화면 촬영 2006.5.5 (서울=연합뉴스)
김도현 소령의 ‘산화’로 돌아본 공군 조종사들만의 세계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자신의 네번째 결혼기념일 곡예비행 도중 추락해 어린 두 아들(3, 4살)과 꽃다운 부인(28)을 두고 산화한 공군 블랙이글팀 소속 조종사 김도현(33) 소령. 안타까운 그의 죽음에 애도와 추모사가 잇따랐다. 김 소령의 산화에 대해 인터넷 등에서는 “비상시 미군은 조종사의 생명을 우선시하는데 한국군은 비행기를 살리려고 한다”는 댓글도 올라왔다.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에 공군 관계자의 의견을 들었다. 비행사 출신의 공군 공보관계자는 “우리가 못살던 시절, 그런 곡해가 있었으나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공군은 현재 조종사의 안전을 최우선사항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가가 없거나 해상 지역 등지에서 임무 도중 추락 등 비상상황에서는 조종사의 안전확보가 제일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민간인 밀집지역이나 산업시설 지역에서 추락하는 경우에는 다르다. 조종사 안전 제일주의가 지켜지지 않는다. 이젝션(비상탈출) 할 때 주위의 민가와 산업시설을 회피하는 게 조종사의 생명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그런 상황에서는 조종사의 판단에 맡겨지지만 설령 자신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더라도 민간인과 산업시설 피해를 끝까지 최소화하는 게 조종사의 미덕으로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낮은 고도에서도 좌석 밑에 로킷모터가 달려 있어 낙하산 안전거리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상탈출만 할 수 있다면 조종사들은 웬만한 고도에서는 살 수 있다고 한다. 과거에 이런 전통 때문에 살 수 있었는데 죽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좌석밑에 로킷추진 탈출장치…비상탈출만 하면 생존 가능

지난 5일 수원에서 열린 에어쇼 도중 전투기 추락으로 숨진 고 김도현(33.공사44기) 소령의 유해 안장식이 8일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됐다. 사진은 헌화하는 고 김소령의 미망인과 건우(4), 태현(3) 등 두 아들. 2006.5.8(대전=연합뉴스)
지난 5일 수원에서 열린 에어쇼 도중 전투기 추락으로 숨진 고 김도현(33.공사44기) 소령의 유해 안장식이 8일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됐다. 사진은 헌화하는 고 김소령의 미망인과 건우(4), 태현(3) 등 두 아들. 2006.5.8(대전=연합뉴스)
그런 점에서 지난 5일 고도 330m 지점에서 추락하기 시작한 고 김도현 소령도 “이젝션이 불가능한 고도가 아니므로”(공군 관계자) 살 수 있었던 여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소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오른손으로 조종간을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공군조사 결과 밝혀졌다. 공군 관계자는 “김 소령은 주검은 화상으로 심하게 손상됐지만 끝까지 조종사의 미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1996년 공군사관학교 4등으로 졸업한 김 소령은 지금까지 10년간 1000시간 가까이 비행을 했다. 김 소령과 같이 10년차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는 50억원 가량 든다고 한다. 사관학교 교육과정과 비행훈련, 연료·무장·무기발사·항공기 감가상각비·정비·지원 등을 합치면 그 정도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10년차 공군 조종사 한 사람 키우려면 50억원 들어

공군 전투조종사들의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빠듯하다. 오직 비행을 위해 모든 생활 리듬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날 비행이 계획돼 있으면 12시간전부터 금주는 물론, 8시간 이상 수면을 유지해야 하는 등 모든 육체적·정신적 컨디션을 최상으로 관리해야 한다. 조종사 1인당 주당 5~6회 비행을 한다. 매일 비행이 있는 꼴로, 전투조종사에게 있어 ‘다음날 비행이 없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날은 사람답게 살아도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예닐곱 정도는 비상대기 근무를 선다. 12시간여 동안 조종복과 일체의 장구를 착용한 채 상황을 주시하며 대기한다. 북한기가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를 보이면 수분 안에 즉각 출격해 응징할 태세를 갖춘다. 공군 전투비행단 안에 골프장이 갖춰져 있는 것도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비행 앞두곤 12시간전 금주, 8시간이상 수면 등 몸상태 최선유지해야

지난 5월 30일 부산 동남방 해상에서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훈련에 참가중인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첨단 전투기 F/A-18이 출격준비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지난 5월 30일 부산 동남방 해상에서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훈련에 참가중인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첨단 전투기 F/A-18이 출격준비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주 5일 근무로 되려 주말 근무가 늘어난 것도 조종사에게 불만 아닌 불만이다. 한달에 서너번씩 돌아오는 작전과 상황 근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30분까지 상황근무를 하는데 근무 종료 뒤 하루를 쉬게 해주기는 하지만 대개 그 다음날 비행이 있기 때문에 편히 쉬기 어렵다. 이른 아침부터 비행이 계획돼 있다면, 최소 2시간전 새벽같이 대대에 출근해 비행준비를 해야 한다. 평일도 야간비행이 있는 날이면 가족이 모두 잠든 뒤에나 귀가한다. 여가시간에도 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전투기동훈련은 굉장히 많은 체력을 소모하기 때문이 틈틈히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 축구 도중 부상당해 블랙이글팀에 들어가지 못한 고 김 소령도 체력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마라톤을 다섯번이나 완주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군 전투조종사의 대우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조종사들의 주장이다. 공군항공수당 지급기준을 보면 공군비행단 소속 영관급 조종사가 월 94만6000원으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위관급이 70만~8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군 전체를 통털어 공군 전투조종사가 최고 수당을 받고 있으나 민간과 비교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매년 40명 이상의 조종사들이 민간조종사로 빠져나가고 있다. 사관학교 임관 뒤 13년간의 의무복무 기간이 지나면 전역이 가능한데 1년간의 ‘기종 전환훈련’을 지나 부기장을 거쳐 기장이 되면 억대 연봉도 가능하다고 한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북한도 조종사 대우는 파격적이다. 조종사들만의 휴양시설도 있을 정도다. 군 관계자는 “대우만 놓고 보면 남쪽보다 좋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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