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력으로 대북 영향력 행사” 제안도
북한인권 전문가 토론회
“북한 해방론에 경도된다면 인권과 평화라는 본래 가치를 훼손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이 북한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체제를 다시 안정시키거나, 반대로 변화와 개혁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단법인 ‘좋은벗들’이 주최하고 〈한겨레〉가 후원해 5일 서울 정동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세번째회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 인사들은 북한 체제의 성격과 인권개선 방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남한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인권’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남한이 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주화된 사회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남한이 완전한 도덕적 우위를 갖고 있다고 자부할 수 없으며, 완전한 흡수통일에 대한 자신감도 없는 상태”라며 “따라서 체제 우열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냉전 시대의 대결적 감성을 충족시켜줄 뿐, 실천적 논의에 장애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특히 북한의 인권 개선과 관련해 “외부의 간섭과 봉쇄 정책은 상대 체제의 내적 구심력과 정당성을 높이는 구실을 하고, 권력자들보다 민중이 입는 피해가 더 크다”고 비판했다. 이 처장은 대안으로 ‘신중한 남북 인권대화’를 내놓으면서 “남한의 선 군축과 국가보안법을 포함한 반인권적인 분단제도의 철폐 등 남쪽의 자발적 평화·인권 조처들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광주 데일리엔케이 편집인은 ‘북한 민주화와 한반도 민주통일에 관한 몇가지 단계’라는 주제발표에서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한반도에 통일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김정일 독재체제를 제거하고 북한에 새로운 민주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통일의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 편집인도 “남한의 정치·경제·사회적 역량을 볼 때 통일국가 수립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 10~15년 안에 현재 1만달러 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을 최소한 2배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국제관계연구센터장은 ‘전체주의 국가의 민주화가 평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보는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을 ‘민주평화론’이라고 규정한 뒤, “이런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이 북한의 민주화는커녕 6자회담 불참이라는 결과만 초래할 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센터장은 또 경제 교류와 번영이 평화의 필요조건이라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시장평화론’의 한 종류라고 설명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쪽의 선의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시장평화론을 토대로 ‘전체주의 정권의 사회통제 이완’(민주평화론)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한국이 갖고 있는 경제적 역량을 대북 영향력 행사의 지렛대로 적절히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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