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얘기로 남북대표 첫 만남 화기애애
“결승에 올라온 팀 중에 남쪽이 한자리를 차지했으면 좋겠다.”
6·15공동선언 6돌을 기념해 14일 광주에서 개막된 ‘6·15민족통일대축전’에서도 남북의 화제는 단연 월드컵이었다. 북쪽 당국 대표단은 남쪽 월드컵 선수들의 활약 소식을 들었다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15분께 광주공항 1층 귀빈실(VIP룸)에서 가진 환담에서 북쪽 당국 대표단을 마중나온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축구 소식 들었냐”며 월드컵으로 넌지시 얘기를 돌렸다. 다소 딱딱했던 환담장의 분위기가 금세 부드러워졌다. 김영대 북쪽 당국 대표단장(민족화해협의회 회장)도 기다렸다는 듯이 “남쪽 팀이 첫 경기부터 2대1로 이겨서 동족으로서 아주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 단장은 “17차 월드컵(2002년) 때도 남쪽이 4강까지 올라가지 않았느냐”며 “북쪽 사람들도 경기를 보고 있는데 4강까지 올라가도록 마음의 성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김 단장의 덕담은 갈수록 화끈해졌다. “우승까지 보느냐”는 김 단장의 질문에 남쪽 대표단이 이구동성으로 “그렇다”고 답하자, 그는 해박한 축구 지식을 자랑하며 남쪽 축구팀의 결승행을 기원했다. 그는 “세계적인 관측에 의하면 선수권 우승은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다툰다고 한다”며 “그러나 그건 관측일 뿐이고, 남쪽이 그 중에 한자리를 차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는 마지막으로 “북과 남으로 갈라져서 소식을 듣지만 우리민족끼리 응원해서 자꾸 올라가도록 만들자”며 한국팀의 선전을 부탁했다.
박병원 차관은 “북쪽 대표단이 있을 때 남쪽의 경기가 있으면 다 한자리에 모여서 구경하면 좋겠는데 경기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광주/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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