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해외 대표가 15일 오전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실천 민족통일대회에서 동포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공동으로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금숙 북쪽위원회 여성분과위원, 김영녀 해외위원회 위원, 정재돈 남쪽위원회 농민본부 공동대표. 광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광주 무진중서 남북공동수업…북 인사들 표정 환해
15일 오후 3시25분 광주 무진중학교 4층 도서관 열린교실에서 남북 공동수업이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공동수업은 남쪽의 전교조와 한국교총, 북쪽의 조선교육문화직업총동맹이 참여해,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남과 북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학교 권수희(26·도덕) 교사는 2학년4반 학생 36명에게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쪽 관계자들이 남쪽의 학교를 방문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남북 교육계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만든 수업안을 이용해 수업을 이끌었다. 이날 수업에는 광주에서 열리는 6·15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북쪽 관계자 7명과 국외 인사 5명이 참관했다.
권 교사가 2000년 6월15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영상물을 보여주면서 “왜 남북 두 정상이 만났을까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통일을 협의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6·15 공동선언문 5개 발표항을 하나씩 큰소리로 읽으며, 의미를 되새겼다. 권 교사는 제2항의 ‘남쪽의 연합제와 북쪽의 낮은 단계 연방제’에 대해 “유럽 여러 나라가 유럽 연합을 결성했지만 월드컵 경기엔 단일팀으로 출전하지는 않는다”며 “제2항의 통일방안은 유럽 연합과 연방국가인 미국의 중간 단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6·15가 만들어낸 기적’이라는 영상물을 보여준 뒤 6·15 공동선언 이후 달라진 내용을 중심으로 대화식 수업이 진행됐다. 2000년 남북공동선언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다는 김현수군은 “개성공단에서 냄비가 생산돼 남쪽에서 잘 팔린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 등 체육 경기에 남북이 단일기를 들고 입장한다”(박한솔) “같은 민족이 서로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 좋다”(이영인)는 얘기들이 나왔다. 이날 수업은 “경의선을 타고 평양을 거쳐 유럽으로 여행을 간다면 환상적이지 않겠느냐. 다음 시간엔 북녘의 동화를 읽고 느낌을 말해보자”는 권 교사의 말로 마무리됐다.
30여분 동안 공동수업을 지켜본 북쪽의 김영식 모란1중학교 교장은 “남쪽 학생들을 보니 꼭 우리 학생들을 보는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서 통일의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과 북, 국외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날 공동수업이 끝난 뒤 무진중 대강당으로 옮겨 ‘남북 교육자 상봉 행사’를 열고 우의를 다졌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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