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제기 않을 땐 처리비용 떠안을판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오염을 처리하기 위한 한-미 사이 협의가 치명적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과 방치 폐기물 문제는 빠진 채 진행되고 있다.
반환기지 안 건물의 석면을 관련 법규에 따라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 한-미 협상 과정에 이 부분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쪽의 반환기지 활용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이번달 중 서울에서 제9차 안보정책구상(SPI) 회의를 열어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2일 환경단체들의 설명과 과거 주한미군의 발표를 종합하면, 주한미군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석면공해를 예방하려는 조처로 기지 안 건물과 설비에 들어 있는 석면의 실태조사를 벌여 왔다. 하지만 실제 제거작업은, 그대로 두면 석면먼지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은 경우와, 건물 개조 또는 철거 등의 계기가 생겼을 때만 진행했다. 결국 대부분의 건물과 설비 속 석면은 여전히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런 석면문제는 반환기지 환경오염 실태조사 결과를 담은 환경부 보고서(‘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후속 쟁점사항 및 향후대책’·<한겨레> 2월8일치 1면)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또 미국 쪽이 지난 4월 발표한 ‘토지반환을 위한 실행계획’에도 빠졌다. 환경부는 한-미 협상 과정에 석면문제가 다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또 “미군기지는 외부인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폐기물의 불법 매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에 한-미 환경오염 협상에서 폐기물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원주시 캠프 롱의 쓰레기 불법 매립(1996년 11월), 동두천 캠프 케이시의 건축 폐기물 불법 매립(1998년 2월), 평택 k-55 기지의 건축 폐기물 불법 매립(1998년 9월), 평택 캠프 험프리의 특정폐기물 불법 매립(1999년 5월) 등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미 합의에 따른 반환기지 환경오염 실태조사는 토양과 지하수 속에 함유돼 있는 중금속과 유류 성분 등 16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진행될 뿐, 폐기물 부분은 별도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오염 조사 실무를 맡고 있는 한 기관의 관계자는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과정에 불법 폐기물 정황이 발견되면 기록만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윤기돈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토양과 지하수 속의 중금속과 유류 성분은 반환기지 안의 여러 환경 오염원의 일부일 뿐”이라며 “정부는 석면과 반환 이후 기지 안에서 발견될지 모를 각종 폐기물에 대한 처리문제도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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