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중 15곳 관리 중단계획… 협상 끝나기도 전 한국에 부담 떠넘겨
주한미군 반환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에 관한 한-미 협상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주한미군 쪽이 반환 예정 기지 15곳의 관리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관계자는 7일 “주한미군 쪽이 최근 동두천에 있는 캠프 님블의 경비 인력을 이번달 중순께 철수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 기지는 이미 미군이 떠난 상태에서 미군이 고용한 경비용역업체가 관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군 쪽은 똑같은 상황에 있는 전국 15개 반환 예정 기지에도 동일한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시 고위관계자도 “주한미군 2사단 1지역사령관 포레스트 뉴튼 대령이 지난달 28일 열린 3번 우회국도 개통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의정부에 있는 캠프 카일과 캠프 시어스의 관리권을 7월15일 한국 국방부에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은 ‘미군 반환·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1년 넘게 협상을 벌여오고 있다. 이 합의서는 ‘기지를 반환할 때는 공동으로 환경조사를 벌인 뒤, 치유가 요구되는 오염, 치유 수준 및 방법 등을 협의해, 미국 쪽 비용으로 한-미 행정협정(소파)과 관련 합의서에 부합하게 치유한다’고 돼 있다.
5월 말 열린 제8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회의에서 한국은 ‘한국 환경법에 따른 토양오염 치유’의 원칙을 포기하고 치유 기준을 국내법 기준보다 낮추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 쪽이 “2001년 특별양해각서에서 채택한 기준을 따르면 토양오염은 치유 대상이 아니다”는 태도를 고수해 오염치유 범위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두 나라는 13~1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9차 안보정책구상회의에서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주한미군은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지난 4월 ‘지하 연료저장탱크 제거’ ‘폐기한 냉장고·에어컨 속 화학물질 제거’ 등 기초적 수준의 오염치유 조처만을 담은 ‘토지반환 실행계획’을 한국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주한미군이 경비용역을 철수하겠다고 한 곳은 이 실행계획에 따라 자체적으로 벌인 치유작업이 마무리된 기지들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반환기지 환경협상 주무부처인 환경부 관계자는 “반환 절차가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미군 기지에 대한 미군 쪽의 조처에 한국 정부가 간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기돈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미군 쪽 경비업체가 철수한 반환 예정 기지는 결국 한국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할 수밖에 없어 미군의 관리 중단은 사실상 반환 행위”라며 “기지를 반환받으면 환경오염 협상은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김정수 유신재 기자 jsk21@hani.co.kr
김정수 유신재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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