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보도문 내기 어려울듯
11일부터 나흘 동안 부산에서 열리는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첫 남북간 고위급 대화다. 이에 따라 첫째날의 환담과 환영만찬, 둘째날 기조발언 등 회담 초기부터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남쪽은 이미 북쪽의 미사일 발사 문제와 6자 회담 복귀 촉구를 ‘핵심 의제’로 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핵심 의제’의 의미와 관련해 “이 문제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열차 시험운행 군사보장 합의서 및 이와 연계된 경공업 원자재 제공 문제 등 다른 남북관계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남쪽은 우선 5월 중순부터 세 차례의 공식·비공식 경고에도 북쪽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을 강하게 따지겠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발사한 중·단거리 스커드 미사일은 남쪽의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쪽의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의 압박만 강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점을 지적하겠다는 것이다. 북쪽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남쪽에 대한 위협이 아닌 군사훈련이며, 국제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미사일 주권이라는 논리를 준비해 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6자 회담의 조속한 복귀를 북쪽에 강하게 촉구하고, 6자 회담이 가닥을 잡을 때까지 비료 10만t 추가 지원과 쌀 차관 50만t 제공 문제 협의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그러나 북쪽 대표단이 6자 회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또 “공동보도문에 미사일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넣기는 힘들겠지만, 관련 문구는 넣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러나 대남부서 소속인 북쪽 대표들은 “미사일 발사는 북쪽 군부의 소관이며, 우리와는 업무 영역이 다르다”고 주장할 개연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는 공동보도문을 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편,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이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13차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할 것이라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대변인이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통신>을 인용해 9일 보도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정세가 긴장된 상황에서 아세안지역포럼을 계기로 북-미 외무장관 만남이 이뤄질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용인 이제훈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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