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갈리는 남북 제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예정보다 하루 일찍 끝난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 호텔 현관에서 남쪽 대표인 이종석(왼쪽) 통일부장관과 북쪽 대표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어색한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미사일-쌀 의제부터 간극
북 “응당한 대가 치를것”
당분간 대화경색 불가피
북 “응당한 대가 치를것”
당분간 대화경색 불가피
[북 미사일 파장] 남북 장관급회담 결렬
제19차 남북장관급 회담은 미사일과 쌀이라는, 너무나 차원이 다른 두 의제의 간극을 확인한 자리였다. 남·북 모두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했지만, 다음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하는 부담을 안고 돌아섰다. 미사일 발사 전후의 달라진 남북 관계를 보여준 셈이다.
남쪽은 회담 전부터 북쪽의 미사일 발사 문제와 6자회담 복귀 촉구를 핵심의제로 내세웠지만, 북쪽은 회담 기조발언에서 쌀 50만t 제공을 공식 요구했다. 남쪽은 6자회담 해법이 가닥을 잡을 때까지 쌀 제공을 유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터라 북쪽 요구를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 반면 북쪽은 ‘6자회담은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할 의제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결국 북쪽은 ‘쌀제공 약속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회담 조기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을 방문 중인 6자회담 중국 쪽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의 협상 경과도 일부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13일 아침까지만 해도 남쪽 대표단은 “최소한 다음 회담 날짜는 잡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전 10시께 갑자기 권호웅 북쪽 단장이 수석대표 접촉을 요구하자, 회담장 안팎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왔다. 때마침 북-중간 협상이 난항에 부딪혔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회담 소식통은 “평양에서 훈령을 보낼 때 이런 상황도 고려하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남쪽으로선 애초 언론에 밝힌대로 북쪽의 미사일 발사에 강한 유감을 밝히고 국제사회의 반응도 전하는 등 ‘할 말은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회담 날짜를 잡지 못해, 앞으로 적잖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도 반대론을 무릅쓰고 이번 회담을 이끈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야당·언론의 비판 여론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은 단기적으로 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을 둘러싸고 공방전을 펼치며 경색 국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북쪽 대표단은 이날 종결회의 직전 남쪽 기자단에 돌린 성명에서 “북남관계에 예측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가 발생하게 만든 데 대하여 (남쪽이) 민족 앞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장관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이 도리”라며 “북쪽이 사전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런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민간 부문에서 논의 중인 ‘8·15평양 통일대축전’ 행사도 삐꺽거릴 가능성이 많다. 열차시험운행 재개에 필요한 군사실무회담도 이달 안에 열리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북쪽의 식량 사정이 절박하고, 남북 대화 창구도 예전보다 다양화돼 있어 경색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상황이 석 달 이상 지속되면 안된다고 판단한다”며 “지금 당장 얘기할 건 아니지만 남북 대화는 여러 상황이 논의되며 이루어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남북이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 악화 방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그러나 북쪽의 식량 사정이 절박하고, 남북 대화 창구도 예전보다 다양화돼 있어 경색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상황이 석 달 이상 지속되면 안된다고 판단한다”며 “지금 당장 얘기할 건 아니지만 남북 대화는 여러 상황이 논의되며 이루어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남북이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 악화 방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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