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결의에 맞선 북한의 강경 대응 예고로 한반도가 가파른 위기국면으로 빠져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오전 서동만 상지대 교수(정치학)와 김기정 연세대 교수(정치외교)의 긴급 대담을 통해 지난 16일 안보리 결의까지 이른 각국의 대응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국면에서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점검해봤다.
김기정(이하 김)=이번 안보리 결의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주권 행사의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시각으로 16일 새벽 통과된 안보리 결의는 일방주의적인 무력시위가 동북아 평화를 위태롭게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결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비록 유엔헌장 제7장이 삭제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대북 제재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서동만(이하 서)=미국·일본 등의 입장에서 보면 대북 추가제재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미사일은 그 자체로는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국제적 틀이 없기 때문에 유엔이 동원된 것이다. 다만 개별국가별 제재로 갈 수밖에 없고, 유엔은 그 명분을 준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하면 동북아의 군비 확산에 대한 우려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유엔 결의를 일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근거로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김=안보리 결의가 나오는 과정에서 중국의 입장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에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미국·일본의 입장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결의안 통과에 일정 역할을 했다는 점은 동북아 질서 속에서 미사일 발사가 불러올 일본의 군비증강 등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지난 98년 대포동1 발사가 미국의 미사일방위(MD) 체제 추진에 정당성을 부여한 측면이 있다면, 이번에는 일본의 엠디 체제 추진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스럽다.
김=안보리 결의를 거부한 북한 외무성 성명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반발 강도를 담고 있다. 이것은 미사일 발사 당시 갖고 있던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대응한 데 대한 북한의 상당한 당혹감이 표시된 것으로 보인다. 또 북-미관계 속에서 북한의 안보를 담보받겠다는 의지가 거듭 드러나 있다. 북한이 왜 미사일을 발사했는가 라는 성명의 논리를 보면, 북한 내부의 정책결정 구조에서 군부쪽으로 주도권이 많이 넘어갔다는 것이 드러난다. 미사일 발사도 그렇고, 앞으로 북한의 행보도 선군정치라는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짐작된다.
서=현 시점에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을 굴복으로 여길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선군정치의 정당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시간적으로 단기적인 국면이고, 앞으로는 관련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공은 거꾸로 국제사회로 넘어왔다고 본다. 미국과 일본이 추가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와 함께, 더 중요한 것은 한국과 중국의 중재 노력과 역량이다. 대결이냐 협상이냐는 한·중의 어깨에 달려 있다.
“대결-협상 기로, 한·중 어깨에”
정부, 미에도 할말은 해야
북 대남 태도도 짚어봐야
‘디제이-민간틀’ 결합 필요
김=당분간 국제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상당부분 불가피하다. 중국과 한국의 협력구도가 모색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문제는 국내 여론이다. 북-미관계의 대립 구도 때문에 동북아 질서가 위협을 받거나 한반도가 대립구도로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를 대북정책의 실패로 규정하고 대북 정책의 수정을 요구한다면 외교적 유연성이나 돌파구 마련은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북의 남북관계에 대한 대응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부산 남북장관급회담에 나온 것은 남북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북쪽의 의사표현이다. 선군정치와 6·15 공동선언이 ‘김정일 정치’의 양대 브랜드이기 때문에, 북쪽이 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장관급회담 때) 북쪽이 6·15와 선군정치를 결부시킨 것은 남쪽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실책 중의 실책이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유지하려 할 것이다.
김=미사일 사태로 어려운 마당에 북한이 내세운 선군정치는 굉장히 일방적이고, 도그마에 가깝다. 남북간의 대화통로를 마련할 수 있는 구조마저 막히게 했다. 남쪽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나빠졌는데, 최소한의 남북관계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논리들을 남쪽에서 주도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서=미국은 6자회담만 고집하면서 양자 대화 틀을 거부해온 것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발언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때리기’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 방식답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많은 부분 미국 얘기를 다 들어주었는데, 대북 정책에서는 할 말은 하면서 갈 필요가 있다.
김=중국의 중재 역할도 좀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유엔헌장 제7장을 삭제했다는 것은 대북제재로 문제를 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고, 현 국면이 동북아의 대립 질서로 가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물론 북한이 중국의 발사 보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안보리 결의로 이어진 것이지만, 개별 국가 수준의 제재 국면으로 갈 때엔 중국이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지나친 수준의 대북제재가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제재의 수준을 낮추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서=김정일 방중 이후 중국의 대북 투자가 급속히 확대됐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그런 보도와 달리 실제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이 이번처럼 분주하게 움직인 적은 없었다’고 한다. 단기적으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걸려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제일 먼저 국제여론을 의식하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화시키는 게 핵심적인 과제이고, 어찌됐든 북한을 달래서 협상국면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미사일 발사는 기본방향에서 볼때 이전보다 북-중 경제협력을 더욱 더 적극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일본의 외교적 경직성은 가장 아쉬운 부분 가운데 하나다. 일본이 미국에 경도돼 탄력성을 잃어버린 것이 오늘날 미사일 사태를 훨씬 더 경색되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다. 물론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가 추진하는 ‘정상국가’로의 전환을 훨씬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얻었다. 미사일방위(MD) 체제 확보라는 목표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일본 안보에 도움이 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동북아 질서에 대한 일본의 경직된 태도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어려움을 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6자-양자회담 병행해 위기돌파”
중, 개별 제재엔 제동걸듯
정부, 유연성 잃지않아야
일 외교적 경직성 아쉬워 서=일본 내에서 극우 강경은 주된 흐름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에 제동을 거는 데 가장 중요한 한일관계의 끈이 끊어지면서 (극우 강경이)고삐풀린 망아지가 된 측면이 있다. ‘한류 바람’은 여전히 있다. 이걸 외교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포스트 고이즈미’의 한일관계에 대비한 정지작업을 통해, 일본 내 대북정책의 부정적 흐름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김=보다 더 큰 위기로 가지 않고 슬기롭게 유턴하기 위한 한국의 외교적 돌파와 역할이 절실하다. 핵심은 북미간 양자회담을 6자회담과 결부시키는 것이다. 미국과의 외교역량 강화를 위해 대미 특사를 보내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서=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카드는 아껴둔 카드라고 할 수 있는데, 임동원 전 특보 재판등을 보면 과연 정부가 그런 카드에 힘을 실어주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실 지난해 6·15 공동성명 5돌 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하면서 9·19공동성명까지 가는 동력이 생긴 것 아닌가. 민간의 남북협력은 6·15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북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디제이 카드’를 민간틀과 결합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정리/강태호·이용인 기자 kankan1@hani.co.kr
정부, 미에도 할말은 해야
북 대남 태도도 짚어봐야
‘디제이-민간틀’ 결합 필요
김=당분간 국제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상당부분 불가피하다. 중국과 한국의 협력구도가 모색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문제는 국내 여론이다. 북-미관계의 대립 구도 때문에 동북아 질서가 위협을 받거나 한반도가 대립구도로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를 대북정책의 실패로 규정하고 대북 정책의 수정을 요구한다면 외교적 유연성이나 돌파구 마련은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왼쪽)와 김기정 연세대 교수가 17일 오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유엔 안보리 결의 등에 따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중, 개별 제재엔 제동걸듯
정부, 유연성 잃지않아야
일 외교적 경직성 아쉬워 서=일본 내에서 극우 강경은 주된 흐름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에 제동을 거는 데 가장 중요한 한일관계의 끈이 끊어지면서 (극우 강경이)고삐풀린 망아지가 된 측면이 있다. ‘한류 바람’은 여전히 있다. 이걸 외교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포스트 고이즈미’의 한일관계에 대비한 정지작업을 통해, 일본 내 대북정책의 부정적 흐름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김=보다 더 큰 위기로 가지 않고 슬기롭게 유턴하기 위한 한국의 외교적 돌파와 역할이 절실하다. 핵심은 북미간 양자회담을 6자회담과 결부시키는 것이다. 미국과의 외교역량 강화를 위해 대미 특사를 보내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서=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카드는 아껴둔 카드라고 할 수 있는데, 임동원 전 특보 재판등을 보면 과연 정부가 그런 카드에 힘을 실어주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실 지난해 6·15 공동성명 5돌 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하면서 9·19공동성명까지 가는 동력이 생긴 것 아닌가. 민간의 남북협력은 6·15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북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디제이 카드’를 민간틀과 결합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정리/강태호·이용인 기자 kankan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