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득세에 김위원장 지시도 모호한 탓
“외무성 미사일 발사 몰랐던 듯” 증언 나와
‘대화 나설것’-‘무력시위 계속’ 분석 엇갈려
“외무성 미사일 발사 몰랐던 듯” 증언 나와
‘대화 나설것’-‘무력시위 계속’ 분석 엇갈려
지난 5월 남북간 열차 시험운행 무산과 최근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 등이 이어지면서, 북한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군부의 힘이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대화파’를 대표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내각 외무성 등이 ‘강경파’인 군부에 종속되면서, 남북협상과 6자회담 등이 미로에 빠지고 강성 일변도의 정책이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북한 군부로 힘의 중심이 이동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북한 외무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1695호 채택 직후인 16일 낸 성명에서 “위임에 따라 천명한다”고 밝힌 구절을 들고 있다. 성명에서 말하는 ‘위임’이란 국방위원회 결정일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달 초 평양을 방문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리근 미국국장을 만났던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 UC버클리대 명예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외무성도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25일로 예정됐던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이 무산된 데 군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은 진작부터 있었다. 남북의 경협 담당자들이 행사 시간까지 세부적으로 합의한 상태에서 군부가 해상경계선(NLL) 재설정에 대한 남쪽의 소극적인 자세 등을 들어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종 결정권자가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지적도 있다. 북한 내부의 강온파 대립 속에서 김 위원장의 ‘모호한’ 지시가 의사결정의 혼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김정일 위원장은 명확한 지시를 내리는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른 실패가 고스란히 자기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군부가 계속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한 전문가는 “북한 매체들이 최근 ‘선군정치로 남쪽이 은덕을 보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은 내부 결속용이기도 하지만, 군부의 위기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군부가 앞으로 강경 일변도로만 치닫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북한이 최종 목표로 삼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무력시위밖에 달리 카드가 없기 때문에 군부가 계속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북한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쓸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카드는 미사일 발사”라며 “국제사회의 분위기로 볼 때 그 이상의 카드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다른 나라로의 핵물질 이전이나 핵실험 등은 미국이 설정한 ‘레드 라인’(넘어선 안 되는 한계선)이기 때문에 그런 모험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위험한’ 카드를 쓰려 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사일 추가 발사는 숫자만 불리는 것일 뿐,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며 추가발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이런 전망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북한이 남쪽이나 국제사회의 관점을 기준으로 꼭 합리적인 선택만을 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화’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고 섣불리 전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이런 전망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북한이 남쪽이나 국제사회의 관점을 기준으로 꼭 합리적인 선택만을 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화’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고 섣불리 전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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