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보도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이른바 ‘슈퍼노트’의 출처이며, 평양 인근 평성군에 위치한 평양상표인쇄소(62호공장)에서 제작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치 주말 매거진에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역사를 강의하는 위폐전문가 스티븐 미임이 기고한 특집기사에서 1990년대 후반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슈퍼노트의 출처가 북한이라고 본격 의심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슈퍼노트는 1989년 필리핀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래 런던 마카오 아테네 소피아 등에서 발견돼 정교성으로 미뤄 동일장비와 동일 재료를 사용하고 아마도 한 곳에서 제작될 것으로만 추정해 왔다. 레바논의 베카계곡과 이란 등에서도 발견되면서 한때 이란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었다. 그러나 90년대말 탈북자들이 북한의 위폐 제조에 대한 정보들을 토대로 북한이 집중적인 조사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제조처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1996년 미 재무부가 슈퍼노트 대책으로 1928년 이후 처음으로 재도안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특수 잉크로 찍어낸 이른바 ‘빅헤드’ 100달러를 내놓았는데, 2년 뒤 빅헤드 슈퍼노트가 발견되면서부터다. 같은 해에 북한도 스위스의 SICPA로부터 녹색-검은색 스펙트럼이 유사한 구리색-녹색 시변색 잉크를 구입해갔다면서 빅헤드 슈퍼노트에 이를 사용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판단이라고 미임은 설명했다.
북한의 위폐제작에 대해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전·현직 관리들이 “전쟁행위”, “미국민에 대한 위협”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방코텔타은행에 대한 제재를 가했지만, 비밀정보국이 압수한 슈퍼노트는 5천만 달러 정도로 12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화폐발행고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정도다.
미 의회조사국의 라파엘 펄은 “정부관리들은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라고 얘기하지만 감정적인 문제”라며 “위폐 문제가 핵문제들과 합쳐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정부관리들은 강경파들의 음모가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미 정부기관의 적절한 법집행행위라고 반박한다.
미 정부는 내년엔 100달러 지폐를 다시 재디자인해 발행할 예정이다. 재무부 관리들은 정기적인 조처라면서도 새 지폐 제조에는 위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수억달러짜리 인쇄기가 사용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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