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쟁 우려해 저지” 소문
북한의 신의주 특구 개발 착수는 2001년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전기 작가 관산이 쓴 <김정일과 양빈>(두우성 펴냄)을 보면, 북한 농업의 탈출구를 모색하던 김 위원장은 상하이의 한 유리온실에서 1년 내내 야채와 화훼류를 수확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온실 설비와 기술의 공급자인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 양빈 어우야그룹 회장을 2001년 4월 북한으로 초청했으며, 양빈은 두 달 뒤 유리온실 건설을 뼈대로 하는 현대농업시범구를 평양에 지어주기로 약속했다. 양쪽의 신뢰가 쌓이면서 김 위원장은 2002년 1월 정식으로 신의주 지역에 경제무역구를 만들고 관리해 줄 것을 양빈에게 요청한다.
이후 북한과 양빈은 같은해 4월부터 5개월여 동안 밀고당기는 협상을 한다. 북한은 신의주를 경제특구로만 만들겠다는 것이었고, 양빈은 입법·사법·행정권을 모두 자기가 갖는 ‘특별행정구’가 돼야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빈의 의견이 관철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2002년 9월12일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양빈은 같은달 2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특별행정구 초대장관 취임선서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취임 한달여 만인 10월26일 새벽 양빈은 선양 자택에서 ‘허위 투자, 뇌물 수수, 사기’ 등의 범죄 혐의로 선양경찰국에 연행된다. 북한과 양빈의 거대한 실험이 첫삽을 뜨기도 전에 끝나버린 것이다. 신의주가 관광·오락·금융 단지로 개발되면 불법자금의 유출 통로가 될 것을 우려해 중국이 저지했다거나, 동북 3성과의 치열한 외자유치 경쟁을 걱정해 막았다는 설 등이 있지만,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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