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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대북제재·양보 사이 ‘제 3의 길’로

등록 2006-07-24 18:47수정 2006-07-24 22:34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남북관계 고착 등 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A href="mailto:rhee@hani.co.kr">rhee@hani.co.kr</A>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남북관계 고착 등 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실용주의 노선’ 강행 의지 인책론 봇물…가능성은 낮아
강경 온건 양쪽서 뭇매맞는 이종석 통일부장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 나온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잠을 못 잔 듯 얼굴이 푸석푸석했다. 이 장관의 한 참모는 “잠을 거의 못 자고 새벽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다음날인 21일 한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조찬 포럼에선 통일부의 요즘 처지에 대해, “휘둘리는 풀이 아니라, 소나무로 꿋꿋이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외 비판 여론을 정면돌파하며,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 장관은 최근 통일부 직원들과 공식·비공식 자리에서도 이런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양보도 아니고, 주변국들의 강경 대북 제재에도 편승하지 않는 길을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제3의 길’이다. 그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조금만 더 고생해 보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와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의 태도는 잘못됐다”며 “그렇다고 해서 압박과 제재만을 통해 이 문제를 풀려는 움직임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하는 등 북한과 국제사회 양쪽의 강경 흐름을 모두 비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장관의 ‘실용주의적’ 노선은 미국과 북한의 강경파를 견제하고 온건파를 지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현실적으로 지켜나가기 어려운 길이기도 하고, 양쪽 진영으로부터 시시때때로 ‘뭇매’를 맞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가 끊임없이 ‘항변’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는 인도주의적 문제인 쌀·비료 지원 유보를 ‘전략적 도구’로 사용했다는 한쪽의 비난에 대해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는 없다”고 강변했다. 한-미 동맹의 균열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또다른 쪽의 비판에 대해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을 향해 한국 정부가 말할 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2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장관은 여야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장관을 즉각 교체하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한-미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게 큰 이유였다. 여당은 말조심을 주문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김원기 열린우리당 의원은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미국이 가장 많이 실패했다’는 이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이 정부 들어 ‘언어의 비용’을 많이 치르고 있다.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이 ‘총대’를 메고 나선 측면도 있다. 그는 제19차 장관급 회담이 끝난 이후, 14일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비롯해 20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 23일 <에스비에스> ‘한수진의 선데이클릭’ 등 4차례나 언론에 출연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이런 상황에서 궂은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이 장관의 경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인 20일 새벽 이 장관을 청와대로 따로 불러 정부의 대응기조 등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런 여러 사정에도 이 장관의 ‘말’이 악화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흐름을 돌려놓을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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