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의 북상으로 북한 신의주에도 비가 내린 31일 오전, 압록강변에서 비옷을 입은 북한 어린이들이 게를 잡아 손에 든 채 걸어가고 있다. 단둥/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개성공단 등 경협사업은 흔들림 없어”
북녘 다녀온 이들의 증언
북녘 다녀온 이들의 증언
“평양 시내의 비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았다. 외곽 지역의 피해는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심각하다고 들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남쪽의 민간단체 및 경협 관계자들의 말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북쪽 관계자들은 또 남쪽 정부의 쌀·비료 제공 유보에 대해서는 몹시 서운하다는 뜻을 표시하면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경협사업만큼은 지속돼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일단 평양의 홍수 피해는 예상보다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7월15~16일 집중호우가 내린 직후인 19일부터 22일까지 평양을 다녀온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국장은 “지나가는 길에 대동강변 유람선 선착장이 뒤집어져 있었고, 양각도 호텔 주변의 나무 상당수가 꺾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사무국장은 “평안남도와 황해도 지역은 피해가 커, 2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북쪽 관계자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평양을 방문했던 이광문 한국복지재단 국제협력실장도 “대동강 물이 일부 범람하기는 했지만 심각하지는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줄곧 평양에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황해도와 평안남도 지역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남쪽 정부가 쌀·비료 지원을 유보한 방침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광문 실장은 “2002년 서해교전 때도 인도주의 문제는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시험 발사를 한 것을 놓고 남쪽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오느냐고 북쪽 관계자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북쪽 관계자들은 또 “인도는 미사일을 발사해도 되고, 북쪽은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변도 했다고 한다. 다른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도 북쪽 관계자들이 “쌀·비료까지 막혀 있는데 어떻게 수재가 났다고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느냐, 손을 내밀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남쪽에 수해 관련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을 방침임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북 경협에 대한 북쪽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경협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흔들리지 말고 일하라’는 지시가 북쪽 노동자들에게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27일 전승기념일(정전협정일)이 북한의 휴무임에도 900여명의 노동자가 나와 초과근무를 했다”고 전했다.
최근 금강산에서 신계사 복원 문제를 논의하고 돌아온 현대아산 관계자도 “북쪽이 신계사 앞에 매대(거리 판매대)를 설치하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며 “미사일 사태 이후 금강산 관광객이 조금 줄어든 것에 대해 북쪽 관계자들이 되레 걱정을 해주었다”고 전했다. 북쪽과 애니메이션 합작 문제를 논의하고 온 대북 경협 관계자 역시 “북쪽 경협 관계자들이 ‘이럴 때일수록 더욱 열심히 일하자’며 더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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