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실종 “수백명” 산비탈 개간이 ‘뇌관’
강우량 적으나 산사태 탓 인명피해 눈덩이
강우량 적으나 산사태 탓 인명피해 눈덩이
북한의 홍수 피해 규모에 대해선 관측들이 엇갈리지만, 북한 언론매체의 공식 보도만 놓고 보더라도 1995년이나 1996년의 대홍수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번 폭우는 강우량에 비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보도됐다.
이번 폭우는 95년이나 96년보다 기간이 짧았고, 강우량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95년 큰물 피해 보름 뒤 나온 북한 <중앙통신>의 9월7일치 보도를 보면, 같은해 7월31일부터 8월18일까지 거의 20일 동안 하루 평균 583㎜의 집중호우가 내렸으며, 일부 지역에선 한두시간 사이에 600㎜의 비가 쏟아졌다.
또 이듬해인 96년 <중앙통신> 7월29일치 기사 및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9월15일치 기사를 보면, 같은해 7월24일부터 28일까지 황해남북도에서 475~730㎜의 비가 내렸으며, 어떤 곳에서는 856㎜의 폭우가 내렸다고 한다.
이에 비해 올해 폭우는 지난달 21일치 <중앙통신> 보도를 기준으로, 7월15~16일 이틀 동안에 집중돼 있으며, 강우량도 가장 큰 수해를 입은 평안남도 양덕군의 418㎜를 제외하면 평균 200㎜ 안팎이었다. 95년이나 96년에 비해 강수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인명 피해를 보면, 95년에는 사망·실종자가 68명, 96년에는 116명이었으나 올해는 ‘수백명’이라고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보도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1만명 사망·실종설’과는 거리가 있지만 90년대 대홍수 때와 비교해 적지 않은 숫자임을 알 수 있다.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식량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산비탈 개간으로 임야가 황폐화돼는 바람에 산사태가 많이 일어나 인명피해가 컸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재민의 숫자에 대해 북한은 95년 520만명, 96년은 327만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올해는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앙통신>은 수재가 난 닷새 뒤 “수만동의 살림집과 공공건물이 부분 및 완전파괴, 침수됐다”는 정도로만 보도했다.
농경지 피해면적은 96년 상황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96년 북한이 발표한 농경지 침수면적은 27만529정보(1정보=3천평)에 이르며, 이 가운데 논은 15만2680정보로 56.4%에 이른다. 이번에는 북한 당국이 자세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중앙통신>은 “황해남도를 비롯한 농업지역들에서 침수·유실 및 매몰된 농경지는 수십만 정보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식량 생산 차질과 관련해서는, 개화된 벼의 비율과 논에 찼던 물이 바로 빠졌는지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피해지역을 놓고 보면 95년에는 신의주 지역의 피해가 특히 심했으며, 96년에는 황해도, 이번에는 대동강 상류지역인 평안남도와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역의 피해가 컸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피해지역을 놓고 보면 95년에는 신의주 지역의 피해가 특히 심했으며, 96년에는 황해도, 이번에는 대동강 상류지역인 평안남도와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역의 피해가 컸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지난달 16~17일 185㎜의 많은 비가 내린 북한 황해남도에서 농민들이 무너진 둑을 복구하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촬영/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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