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
“공격에 만반 대비중 제2한국전 설은 와전”
지난달 평양 방문 미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지난달 11~15일 평양을 방문했던 북한문제 전문가 박한식(67·국제관계학) 미 조지아대 교수는 북한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상당히 긴장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3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미국과의 적대관계가 청산되기 전까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않을 것”이라며 북미간의 양자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아대 세계문제연구소(Globiss) 소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는 2003년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인사들을 초청해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비공식 대화의 장인 ‘워싱턴-평양 트랙II포럼’을 주최했다. 올해 초에는 남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해 ‘3자 트랙II포럼’을 준비해오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 평양방문 기간 중 직접 접해 본 북한의 분위기는?
= 만나본 북한 인사들은 미국의 공격이 시간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부시 행정부는 탈레반이나 후세인 정권을 제거한 것처럼 북한정권을 제거하겠다는 태도에 변함없다는 것이다. ‘악의 축’의 일원으로서 미국으로부터 공격당할 것에 대비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고, 중동의 자살폭탄처럼 영예롭게 숭고하게 전사할 정신무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북한이 ‘제2의 한국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 최근 언론 기사는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애틀랜틱 저널-컨스티튜션> 1일치 기고문의 진의가 와전된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특히 일본에 대해 특별한 적개심을 보이고 있었다. 평양공동선언에서 납치문제에 양보해 정치·경제적 관계개선을 하려고 했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으로 돌아가서 납치문제를 계속 제기해 오고 있고, 이번 미사일 발사 이후 안보리 결의안을 주도하고 선제공격 발언을 한 데 대해 분개하고 있었다. 또 식량 지원을 거부한 남쪽에 대해서 불만을 털어놨다. 인도적인 식량을 보내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에 치명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남북관계가 잘 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았다.
-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의 의도를 뭐라고 보는가?
= 미사일 발사는 직접대화를 거부하는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노린 행동으로 봐야 한다. 98년 미사일 발사 이후 완벽하게 준비해 왔지만, 이번엔 더 처참하게 실패했다. 북한이 이를 계획했다면 수준 높은 제스처라고 할 수 있지만, 계획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평양한테 잘된 거다.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물리적 능력이 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미국이 북한을 이유로 군비확장하기가 조금 어렵게 됐다.
-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을 위협으로 보는 부시 행정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 미국은 북한 위협이 유지되도록 하는 게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엠디를 강화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미국의 목표는 중국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일본, 한국, 대만으로 버퍼존을 만들려하고 있다.
-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원하는 직접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는 경우 ‘악마적 존재’인 북한을 상징적으로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이란 이라크 북한 등 불량국가들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해왔다. 미국이 근본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양자대화가 안된다. 북한도 안보를 경제로 흥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6자회담에 나오기도 힘들다.
- 그럼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것 아닌가?
= 북한은 미사일 발사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권리라는 보고 있다. 국제사회가 미사일 발사를 제지하려 하면 주권행사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 북한은 안보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북핵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 북한이 핵을 인정하면서 테러리스트에게 넘겨지거나 밖으로 이전되는 것만 막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 어떻게 해야 하나?
= 역설적으로 한국은 북미관계 외교를 해줘야 하고, 북한은 한미관계 외교를 해줘야 한다. 남쪽은 미국에 대해 김정일 체제를 인정해 줄 것과 양자대화할 것을 설득해야 하고, 북한 역시 한미관계가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미사일 발사 등으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을 막고,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을 막아야 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