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안보위기 논란’
미국이 뒤에서 은근히 불만을 토로하면 수구 언론과 야당이 나서서 ‘안보 위기’와 ‘동맹 훼손’이라며 정부를 압박한다.
전직 국방장관들까지 나선 것도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몇년째 계속되는 양상이다. 이번에도 미국 고위관리가 나서서 전시 작전통제권의 이양시점을 한국이 예상하고 있는 2012년보다 3년 이른 2009년으로 희망하고 있다고 밝히자, “한-미 안보동맹 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있다”는 식의 우려가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설명하는 미국 쪽 생각은 다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연합사의 경우 2006년 해체가 기정사실이 될 것”이라며, ‘3년의 이양과정이면 충분한데 2012년까지 6년이라는 과도기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미 국방부 쪽의 견해라고 말했다. “이를 동맹의 균열로 보는 것은 과거의 허상 속에서 오늘의 현실을 보는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반대 주장의 뼈대는 대체로 시기상조론이다. 미국이 계속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는 차마 말하지 않는 대신, ‘3년을 앞당기면 안보공백이 우려되니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작전통제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예컨대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은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없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결국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진다”고까지 주장한다. 한-미 간의 각종 합의나 미국 쪽의 공식적 설명과도 다른 내용이다. 미 고위 관리가 7일 한미연합사 해체에 따른 미군의 추가감축 가능성을 넌지시 언급한 것은 이런 ‘우려’가 현실감이 있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
단순한 시기상조론이 아니라, 아예 작전통제권 이양을 통일 이후로 미루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씨는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우리의 준비가 끝나고 한반도 통일과 중국의 민주화가 진척돼 동북아가 안정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방부의 책임 있는 지위를 거친 이들이 마치 어느날 갑자기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제기된 것처럼 말하는 데 대해선 할 말을 잃게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 말로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는 20년 가까이 해묵은 사안이다. 한-미가 평시·전시 작전통제권 이양과 한미연합사 해체 등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89년 미 의회의 넌-워너 수정안에 따라 90년 미 행정부가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을 내놓았을 때부터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연합사 해체 등은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때 가장 적극적으로 그 시기를 명시해서 국방정책 목표로 추진한 사안이라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실제로 전시 작전통제권의 경우 노태우 정부는 95년까지, 김영삼 정부 당시에도 2000년 이양을 목표로 했었다. 이상훈씨는 노태우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김희상씨는 국방비서관을 지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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