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계 5027 폐기되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한 일부 언론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해 정부가 전면 대응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논의를 진행해 왔는지, 작통권 이양 시기에 대한 한-미 간의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어떤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등이 좀더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논의 경과=10일 정부 관계자의 말 등을 종합하면,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뒤인 2003년 초부터 전시 작통권 환수를 준비했다. 정부는 이를 국방개혁과 연계해 물적 기반을 갖추고, 조직을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김희상 당시 국방보좌관과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은 신중론을 펴거나, ‘전시 작통권 문제를 제기하면 미군이 철수한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3년 6월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이 ‘주한미군 감축’을 통보하면서 전시 작통권 논의는 제대로 거론되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당시에도 군은 “2010년이면 작통권을 환수할 준비가 된다”고 보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9월부터 전시 작통권에 관한 협의가 다시 본격화하면서, 합참의 추가 보고에 따라 2012년으로 환수 목표시기를 정했다는 것이다.
왜 2012년인가?=2012년이 이양시기로 정해진 데는 합참의 조직개편과 정보능력 등의 보강, 그리고 새로운 작계를 만들어 그에 따른 훈련을 할 시간 등을 고려한 것이다. 합참의 능력 보강을 위한 개편작업은 2003년부터 시작해 2010년 전반쯤이면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군 쪽의 설명이다.
전시 작통권이 환수되면 기존에 미국이 작성한 ‘작계 5027’을 대신해 새로운 작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미군은 한국군을 지원하는 역할 중심의 작계를 만들게 될 것이다. 우리 군이 우리가 만든 작계를 전제로 훈련을 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지휘통제와 관련한 정보 전력의 확보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작통권 환수 이후에도 미국만이 줄 수 있는 정보는 받게 된다고 한다. 우리도 미국 쪽에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준다. 또 2012년까지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나 고공정찰기를 확보할 것이며, 최근 아리랑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는데, 이보다 높은 수준의 위성 3개를 2010년까지 확보한다.
나토와의 비교=일부 언론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국가도 나토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위임하는 데 한국만 독자적인 작통권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나토의 편제를 제대로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나토는 지금의 한국처럼 전적으로 미군 지휘를 받지 않는 형태라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20만명의 병력 가운데 전시에 나토의 통제를 받는 부대는 10% 수준이다. 또 해당 부대를 줄지, 안 줄지는 각국이 자체 결정한다. 우리처럼 전부 다 이양해둔 나라는 없다. 게다가 나토는 기능군 형태로 재편돼 있어 총사령관은 미군이지만, 기능사령부는 지역군이 맡는다고 한다. 이용인 신승근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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