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
광업진흥공사 박양수 사장
“북한의 자원 확보 경쟁은 이미 불붙어 있습니다.”
박양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68)은 21일 “중국뿐 아니라 독일, 스웨덴, 싱가포르까지 들어와 북한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자칫하면 우리가 시작도 하기 전에 북한의 자원을 다른 나라에 모두 뺏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세계는 지금 자원확보 전쟁 중”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열 두번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과정을 힘들게 반복하면서 왜 우리가 세계적인 광물 보유국인 북한을 지척에 두고 이렇게 먼 곳까지 오게 됐는지 답답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북한이 철, 구리, 마그네사이트, 몰리브덴 등 주요 전략 자원 매장량이 많은 데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개발의 매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 자원개발에 착수했지만 막상 현장조사를 하려고 하면 대부분 군사지역이어서 공개가 안되거나 현장조사를 꺼리는 북한쪽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전력 부족도 해결과제 중 하나라고 박 사장은 설명한다. 아무리 좋은 광산이 발견돼도 설비를 가동할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채굴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촌 흑연광산 역시 북한쪽 사정 때문에 전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준공됐다.
하지만 박 사장은 “올 들어 북한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미사일 정국으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고 있지만 북한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원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개발 초기임에도 함경남도 단천 마그네사이트 용양광산을 공개하는 등 공동개발 사업에서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본격적인 공동 자원개발은 이제 시작”이라며 “정촌 흑연광산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마그네사이트, 아연, 구리 등으로 개발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한 공동개발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북한지역뿐 아니라 해외자원 개발에서도 남북한이 함께 참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광진공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9월 중에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북한 자원개발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세계적으로 자원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떠한 형태로든 민간 사업자들의 북한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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