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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6자회담 9·19 공동성명 채택 1돌, 금융제재로 엉클어진 ‘이행’

등록 2006-09-18 19:17


‘9·19공동성명’ 채택 하루 뒤인 지난해 9월20일 평양과 워싱턴에선 6자회담 및 9·19공동성명 이행 논의에 먹구름을 드리울 중대한 내용을 각각 발표했다.

당시 국내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건 평양의 발표였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경수로 제공’을 “신뢰조성을 위한 물리적 기초”라고 규정한 뒤, 이를 전제로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에 복귀하겠다고 주장했다.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9·19공동성명을 북한식으로 해석한 것이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9·19공동성명 채택 직후 4차 6자회담 종결 발언에서 인권문제·불법행위 등 ‘의제 밖 쟁점’을 강하게 거론한 것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9·19공동성명 채택을 마뜩치 않게 여겼던 미국의 강경파는 북한쪽 발표에 발끈했고, 워싱턴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당시 전문가들과 언론은 ‘경수로 문제’가 이후 9·19공동성명 이행 논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북-미간의 실제 충돌은 경수로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두고 불거졌다. 북한의 담화가 나온 바로 그날 미 재무부는 마카오에 있는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가 북한의 불법 돈세탁에 연루된 혐의가 있다며, ‘돈세탁 우선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사실을 공표했다. 비디에이는 고객들의 예금 인출사태로 은행이 흔들리자, 북한 관련 계좌(2400만 달러)의 인출을 동결했다. 언론은 미 재무부 발표에 거의 주목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9~11일 베이징에서 열린 5차 6자회담이 결렬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물위로 떠올랐다.

이후 미국은 비디에이 문제를 “미국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려는 국내 법집행”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은 “제재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등 서로 강경대치를 거듭했다. 대북 금융제재라는 ‘의제 밖 쟁점’으로 모든 게 엉망으로 엉켰다.

북한은 상황을 돌파하려 강·온 양면으로 몸부림쳤다. 북한은 지난 3월7일 북-미 뉴욕 접촉에서 불법금융 행위에 관한 정보 교환을 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비상설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나름의 해법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불법행위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대신 미국은 북한의 돈줄 죄기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 “이제 북한에 남은 금융창구는 러시아뿐”(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시아 사무소장)이라는 지적처럼 마카오를 시작으로 베트남, 몽골, 싱가포르, 홍콩 등 북한의 계좌가 있거나 계좌가 개설될 가능성이 있는 전세계 은행으로 대북 금융제재가 퍼져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미국 시각) 대포동2 발사라는 강경책을 썼다. 그러나 대포동2 발사 실험은 실패했고, 대신 대북 제재 결의의 길을 열어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1695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지난달엔 미국 언론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을 보도했고, 한반도 위기지수는 그만큼 더 높아졌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한-미는 지난 14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 마련에 합의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었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다시 6자회담으로 돌아가 진전을 이루려면 비디에이 문제를 우회할 길을 열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라는 9·19공동성명 원칙에 따라 갈등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상호신뢰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엔 힐 차관보의 방북이나 대북 금융제재 문제 등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북한엔 미사일 발사유예 선언이나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 일시 동결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지만, 한국으로선 북-미간 접점을 만드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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