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한국시각)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텅/AP 연합
미국 “제재와 협상은 별개…추가제재 검토중”
한국 “회담 거부 명분될수도” 시기 유보 타진
한국 “회담 거부 명분될수도” 시기 유보 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20일 뉴욕 실무접촉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이 여전히 대북제재 문제를 둘러싼 인식차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동의한다면서도 ‘제재와 협상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쪽의 이런 태도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는 미묘한 시점에, 제재가 북한의 회담재개 거부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 이런 이유로 미국쪽에 제재 시기를 유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선 한시간 간격으로 열린 이태식 주미대사의 간담회와 미 국무부 관계자의 설명회는 두 나라의 이런 인식차를 확연히 보여줬다. 쟁점은 미국의 제재 강행 여부와 금융제재 수사의 조기 종결 문제이다.
미국의 제재 강행 여부=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목표를 거듭 확인했다. 정부는 제재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론하면 이견만 확인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양 정상의 합의”라며 “제재와 6자회담 재개 노력과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안보리 결의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제재 조처는 안 하는 게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 관계자는 “2000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유예 선언 뿐 아니라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해제했던 인적교류 및 교역, 투자제한 조처를 다시 적용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며 “(이는) 검토되고 있는 다양한 옵션 중 일부”라고 밝혔다. 한 술 더 떠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이 관계자도 “한국 쪽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북 추가제재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혀,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은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은 북한에 대한 어떤 인센티브도 반대한다. 부시 대통령도 밝혔듯이, 북한으로선 9·19공동성명 이행으로 발생할 이득에 초점을 맞춰 회담에 나오는 전략적 선택만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제재 수사 조기 수사 종결= 지난 1년여 동안 6자회담 재개의 최대 걸림돌이 됐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노 대통령이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제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법집행 차원의 문제로 관여할 수도,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 쪽이 제안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의 두 가지 핵심요소 중 하나가 방코델타아시아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는 보다 성사시키기 어려운 문제”라고 못을 박았다. 재무부의 조사가 진행 중이며 현재로서 조사 종료시점을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쪽 관계자들은 미 재무부가 1년 내내 방코델타아시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대해선 의문을 갖고 있다. 미국쪽에 문제해결의 의지가 있느냐라는 것이다. 문제 계좌에 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지 않고 조사를 확대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북한에게 회담 거부의 명분만 준다는 것이 한국쪽 시각이다. 이 대사는 “증거가 있는데 북한이 승복하지 않고 6자회담에 안 나온다면 북한이 6자회담에 관심없고,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한국쪽 관계자들은 미 재무부가 1년 내내 방코델타아시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대해선 의문을 갖고 있다. 미국쪽에 문제해결의 의지가 있느냐라는 것이다. 문제 계좌에 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지 않고 조사를 확대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북한에게 회담 거부의 명분만 준다는 것이 한국쪽 시각이다. 이 대사는 “증거가 있는데 북한이 승복하지 않고 6자회담에 안 나온다면 북한이 6자회담에 관심없고,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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