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군 복무 중 탈영했다 자수한 이경환씨
탈영 당시 계급인 상병 복귀 1달 재복무 뒤 전역
탈영 당시 계급인 상병 복귀 1달 재복무 뒤 전역
젊은 시절 부대를 이탈해 18년간 도피생활을 하다 뒤늦게 자수해 20년 만에 군 복무를 마친 한 ‘늙은 군인’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육군에 따르면 1988년 7월 복무중이던 경기도 의정부 제2군수지원사령부 예하 급양부대를 이탈해 ‘탈영’을 감행한 이래 18년여 혹독한 마음고생 길을 걸어온 이경환(39)씨가 주인공.
여자친구 문제 등으로 탈영했던 이씨는 군무이탈 뒤 집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다고 한다. 그 결과 서울 시흥동 일대에 살던 부모님과 누나, 동생 등 가족들과 졸지에 ‘생이별’을 해야 했고, 지금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이산가족이 됐다. 주민등록도 말소됐고 은행에 통장을 개설할 수도 없었다.
도망자 신분 때문에 가명을 사용하며 신분을 위장했고 결혼은 물론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워 공사 현장이나 가내 수공업공장 등을 전전하며 숨어지냈다고 한다. 이씨는 현재 몸담고 있는 핸드백 공장 사장 권유로 “이제부터라도 떳떳한 생활을 해야겠다”고 결심해 탈영 18년 만인 지난 7월 수방사 헌병단에 자수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탈영병의 경우 만 40살이 넘으면 재판을 받아 보충역에 편입되지만 이씨는 해당되지 않아 8월11일 원 소속부대인 제2군수지원사령부에 탈영 당시 계급인 상병으로 복귀했다. 부대 쪽은 곧 이씨가 도피생활로 겪은 고통과 위통 등 지병, 일반 병사들과의 나이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건의했다. 이씨는 3군사령부 심의를 거쳐 약 1달간 재복무 끝에 지난 7일 상병으로 ‘조기 전역’했다.
1986년 9월2일 입대 뒤 20년 만에 제대를 한 셈이다.
이씨는 전역하면서 군 복무를 앞두고 있거나 복무 중인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뼈아픈 경험과 충고를 곧 발간될 부대소식지에 남겼다.
“여러분 중 탈영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나이 마흔이 된 이경환 상병,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 군 생활을 이겨내지 못하면 여러분은 작은 시련에도 주저앉아 버리는 뿌리 없는 나무가 될 것입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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