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재배로 수익 올려…딸기묘 등 수입대체 효과도
경남지역 농업 관련 일꾼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경남통일농업협력회(이하 협력회)의 최재수 사무국장은 지난달 27일 농업 협력 상대방인 북쪽의 평안남도 강남군 장교리 협동농장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장교리 농장 관리위원장이 스쿠터를 샀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북쪽에서 고가품에 속하는 오토바이를 살 만큼 소득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북쪽 장교리 농민들의 고소득 비결은 ‘시설 채소’ 재배에 있다. 지난해부터 남쪽이 지원한 비닐, 시설하우스 자재 등으로 올해 초 비닐하우스 10동(2천평)에서 본격적인 시설 채소 재배에 들어가면서 고수입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협의회가 농장을 방문해 보니 토마토와 오이, 참외는 수확을 다 끝난 상태였으며, 고추 수확만 조금 남아 있었다고 한다. 최 사무국장은 “북쪽 농민들이 ‘남쪽 종자를 심어 좋은 물건들이 나왔다’며 너무 고마워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확의 일정 부분을 농민들이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장교리 사람들이 잘 나간다’는 얘기를 북쪽 참사로부터 심심찮게 들었다”고 전했다.
장교리 농민들은 이제 시설 채소를 수확한 자리에 겨울용 김장채소, 겨울용 양배추, 쑥갓, 시금치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협력회에서는 이번에 종자와 부직포를 제공했다. 최 사무국장은 “북쪽에서도 야채가 가장 돈이 되는 계절은 겨울”이라며 “북쪽 농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협력회와 북쪽간에 생산협력을 맺은 딸기묘 1만주도 처음으로 오는 9일 남포항과 인천항을 거쳐 남쪽으로 들어온다. 딸기묘는 저온작물이라 따뜻한 경남 지역에서는 잘 자라지를 못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밀양 얼음골에서 일부를 재배하거나 중국·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대량 수입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수입할 경우 수송 기간이 길고, 바이러스 문제로 통관 문제가 까다로워 애로가 적지 않았다. 북쪽은 온도가 낮아 무바이러스 딸기묘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최 사무국장은 “수입대체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수송비와 북쪽 농민의 인건비를 고려해도 충분히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쪽에서 재배한 딸기묘를 남쪽에 가져와 키우는 말 그대로 ‘상생’ 협력인 셈이다.
금강산 관광지구와 인접한 고성군 일대에서 협동농장 단위의 종합적인 영농협력 사업을 처음 시작한 통일농수산사업단도 올해부터 시설 채소와 양돈장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고수익 영농’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현재 고성군 금천리를 중심으로 하우스 35동(3500평)에는 토마토·오이·가지·호박 등 거의 전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여름부터 조금씩 출하를 시작했다. 통일농수산 사업단 관계자는 “아직은 시범사업 단계”라며 “금강산 관광지를 겨냥한 소득 확대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수퇘지 2마리와 암퇘지 24마리로 시작한 양돈사업도 11월초에 500마리 규모의 양돈장 두 곳이 설치돼 남쪽 돼지들이 입식되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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