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북에 계속 투자하고 싶지만 핵실험 탓 못한다고 말해야
미 ‘보수성향 한반도 전문가’ 플레이크 인터뷰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포용정책이 끝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계속할 의지가 있고, 투자하고 싶지만 북한의 핵실험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하면 된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중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온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18일 한국 정부에 대해 금강산 관광 등 대북정책의 전략적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놀라울 정도로 북한의 행동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가 추가 결의안을 논의하게 되나?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이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았다. 새 결의안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1718호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높이고, 좀더 활발하게 강행하려 들 것이다. 다시 유엔 안보리로 가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진다.
=북한이 무엇을 해도 한국이 모두 무시하는데 무슨 상관인가? 미국에서는 북한 핵 실험 이후 한국 정부의 조처를 알지 못한다.
※한국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철수하는 순간 바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외국인 투자가 이탈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국 정부가 포용정책,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다. 100% 지지하고 앞으로도 10배 더 투자할 생각이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때까지 더는 못하겠다고 한국 정부가 말하면 된다. 한국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는데, 북한의 행동 때문이라고 하면 된다. 개념적으로 포기하지 말고, 행동으로 포기해야 한다. 한국이 핵실험에 관계없는 것처럼 보여지는 건 곤란하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차관보가 금강산 관광은 끊고, 개성공단은 유지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중단하는 목적이 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에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북한은 전략적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도 한국을 핑계로 이용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등을 포기하란 말이냐, 일시 중단하란 말이냐?
=포기해야 한다. 일단 말할 때는 중단한다고 하겠지만, 결과는 같다, 남북한 사이에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웃기는 소리다. 여지껏 남북한 사이에 핵 문제에 대해 의미있는 토론을 한 적이 있나?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북한 외무성 성명은 미국 동향에 따라 해당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북한이 잘못 판단해 실수할 수 있다. 다시 핵 실험을 하고, 군사적으로 반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피할 방법이 거의 없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유지하면서 이를 피할 수 있고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꿀 수 있다면 유지하는 걸 지지하겠다.
※긴장이 계속 고조되면 그 끝은 분명하다.
=긴장이 높아져야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선 해결 가능성이 없다. 위협도, 리스크도 커지지만 현재로선 좋은 해결책이 없다.
※북한과 미국이 마주 달리며 충돌하려는 열차와 같다.
=미국 열차와 북한 열차의 규모는 확실히 다르다. 미국은 훨씬 크고 위험한 열차다. 미국엔 죽을 사람이 없고, 북한이 죽는다. 북한이 양보해야 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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