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PSI참여 강력반대…미국에 직설적 비판
한반도 평화우선’ 단호한 행보…내일 개성공단 방문
대선 염두 장기포석…당내 일부 반대에도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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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염두 장기포석…당내 일부 반대에도 “정면돌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북한 핵실험 사태에 빠르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방침에 “안이한 공직자는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반대했던 김 의장은, 18일엔 미국을 겨냥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너무 신중해서 탈’이라는 그간의 평가가 무색할 정도다. 김 의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금강산과 개성 사업은 단순한 교류가 아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상징이자 평화의 안전 장치”라며 “강력한 대북 제재를 원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 문제 만큼은 미국 정부도 우리 정부와 국민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라”고 말했다. 금강산 사업 중단을 압박하고 나선 미국에 직설적인 비판을 한 셈이다. 김 의장은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의원 6명도 동행한다. 다음달 중순께 금강산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김 의장의 핵심 측근은 “북한 핵실험을 규탄한다고 마이크만 잡고 떠들면 북핵 위기를 막을 수 있느냐”며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보다 개성공단 방문이 오히려 북핵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방문 자체가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는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수 성향 의원은 “유엔이 대북 제재를 결의한 만큼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미국 등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하는데, 집권여당의 수장이 방북하는 것은 정부의 운신 폭만 좁힐 것”이라며 “김 의장이 너무 포용정책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 쪽은 “북한의 2차 핵실험 동향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방북 방침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범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와는 사뭇 다르다. 고 전 총리는 최근 “온정적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북 핵실험이란 위기 국면에서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 우선’이란 강한 목소리를 내며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2001년 한반도 평화와 경제 발전 전략을 연구하는 ‘한반도 재단’을 설립해 평화 이슈 선점에 주력해 왔다.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의 행보를 내년 대선까지를 염두에 둔 장기적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당 안팎에선 강하다. 햇볕정책의 수호자로 나서, 진보적 유권자층을 끌어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의장 쪽은 개성공단 방문 이후 보수세력으로부터 ‘빨간색’ 이미지가 덧칠될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그의 핵심 측근은 “정치적 손익을 고려할 바가 아니다”라며 “노심초사 하고 있느니 정면 돌파하겠다는 게 김 의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글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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