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현금보다 물품 받는게 더 “특혜”

등록 2006-11-07 08:30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신발제조회사 삼덕 스타필드 공장에서 지난 4월28일 북쪽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개성/국회사진기자단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신발제조회사 삼덕 스타필드 공장에서 지난 4월28일 북쪽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개성/국회사진기자단
동포 사업가 통해 확인한 개성공단 임금지급 실태
송용등 회장의 인터뷰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말을 종합해 <한겨레>가 파악한 개성공단 임금 지급 과정은 아주 복잡하다. 여기서 배급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에게 물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북쪽 당국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개성공단 근로자에게는 큰 ‘특혜’인 셈이다.

합영회사, 중국·동남아 등서 물품 사들여
백화점·보급소 통해 쌀·밀가루·TV등 판매
공단 근로자, 월급만큼 원하는 물건 받아가
개성시내 시장에 내다팔아 이익 남기기도

남쪽 개성공단 입주기업 임금 지불액 및 고려상업합영회사 물품대금 원가
남쪽 개성공단 입주기업 임금 지불액 및 고려상업합영회사 물품대금 원가
왜 특혜인가?=개성공단 근로자들은 공단에서 발행하는 신분증을 보급소에 제시하고 개인별 구매가능 액수만큼 어떤 물품이든 구입할 수 있다. 근로자들은 개성 시내 시장가격보다 싼 물품을 대량으로 가져다 시장에 팔아 이익을 남길 수도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고 송 회장은 말했다. 그는 “40달러어치를 모두 쌀로 가져가는 근로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몇 달치 몫을 모았다가 텔레비전 등 고가품을 사는 근로자도 있다. 송 회장이 제시한 ‘판매상태표’를 보면, 텔레비전 1대의 가격은 106달러이며(올 3월 기준), 지난해 9월까지는 총 3대가 팔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1월에는 24대, 2월에는 50대, 3월에는 35대로 판매 대수가 급속하게 늘었다.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으면서 개인의 부가 축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임금 전달 및 물품 구매 과정=북쪽의 내각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부터 근로자 임금을 받아 북쪽의 무역은행 개성지점에 입금한다. 고려상업합영회사(합영회사)는 이 돈을 찾아 국외에서 물품을 구입한다. 합영회사 앞으로 무역은행에 입금되는 금액은 세금(사회보험료 및 사회문화시책비)을 제하고 근로자 몫의 70~86% 정도에 이른다.

송 회장이 제시한 합영회사의 ‘3~7월 수익상태표’를 보면, 합영회사는 3월에 물품대금으로 21만9253달러를 사용했으며, 입주기업이 세금을 제하고 근로자 몫으로 지급한 총액은 29만522달러다. 대략 근로자 몫의 74.3%였다. 4월에는 입주기업이 근로자 몫으로 30만9340달러를 북쪽에 지급했으며, 합영회사는 이 가운데 86.4%인 26만7324달러를 받아 물품 구입에 사용했다. 5월에는 남쪽 입주기업이 근로자 몫으로 지급한 임금총액과 합영회사가 구매한 금액의 비율이 86.6%였으며, 6월과 7월에는 각각 77.0%와 70.8%였다. 송 회장은 “총국한테 받은 금액과 합영회사가 쓴 물품 구입 대금이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합영회사는 이 돈으로 쌀·밀가루·콩기름·사탕가루(설탕)·맛내기(조미료) 등 약 120여가지 품목을 국외에서 조달한다. 쌀·밀가루 등 대부분은 중국산을 사지만, 콩기름은 말레이시아, 설탕은 타이에서 구매해 단둥을 통해 개성으로 수송한다. 텔레비전·냉장고 등 전자제품 등도 취급하며, 북쪽 근로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주문받아 공급하기도 한다.

개성공단 생핌품 단가
개성공단 생핌품 단가
근로자에게 공급하는 과정=합영회사는 국외에서 구입한 물품에 3% 정도의 이윤을 붙여 근로자들에게 보급한다. 근로자들은 매달 10~20일 사이에 개성백화점이나 개성 시내 보급소 10여곳에서 자신의 몫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물품을 수령한다. 합영회사에서 동네마다 보급소를 만든 이유는 교통이나 운반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송 회장은 설명했다.

물품 가격은 북한 원화로 표시돼 있지만, 공식 환율(1달러당 140~150원)로 환산하기 때문에 구매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3월에 판 쌀 1㎏의 가격은 0.3달러이며, 이를 공식 환율로 계산하면 쌀의 국정가격 46원과 비슷한 42~45원에 해당한다. 물론 쌀 1㎏의 가격은 중국에서 구입하는 원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판매상태표’를 보면, 지난해 8월에는 쌀 1㎏의 가격이 0.323달러로 다소 높았으며, 지난해 11월에는 0.29달러로 약간 낮았다.

물품 보급 이외의 근로자 몫은 어디로?=합영회사가 근로자 몫의 70~86%를 받아 물품 구입비로 사용한다면, 나머지 14~30% 정도의 몫이 어디로 갔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송 회장은 “물품을 뺀 나머지의 대부분을 북한 원화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당국과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물품 배급권 이외에 북한 원화를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물품 이외에 이발·목욕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이 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어쨌든 근로자들은 자기 몫의 대부분을 자신의 생활을 위해 쓰고 있는 셈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