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교수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 남쪽위원회 상임대표는 23일 북핵사태와 관련해 미국의 책임을 간과한 채 북한에 대한 규탄만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백 대표는 이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창간을 기념해 ‘한반도식 통일과 북의 핵실험’을 주제로 한국일보 강당에서 한 기획강연에서 “핵무기 반대는 대원칙이며 당연히 북핵에 대해서도 끝까지 폐기를 주장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렇게 밝혔다.
그는 “핵실험을 결단하고 실행한 일차적 주체는 북쪽 당국이지만 안전보장만 해주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거듭된 주장을 묵살해온 미국의 책임을 동시에 묻지 않고 북쪽만 규탄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군사적 관점에서 그동안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계속돼 왔고 선제공격의 위협마저 없지 않았던 상황에서 ‘군사적 억지력 확보’를 위한 핵무장이라는 북쪽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핵무장을 꼭 해야만 전쟁방지가 가능했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그러나 남쪽 민간운동이 강조해온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의 관점에서 핵실험은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핵실험으로 인해 많은 남쪽 국민이 6.15공동선언의 정당성과 유효성에 의문을 갖게 된 상황은 비록 일시적일지언정 중대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남북의 교류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크게 떨어뜨리고 6·15공동선언의 폐기마저 주장하는 냉전세력의 목소리를 키워준 사태는 불행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국민들의 냉담이나 비난은 냉전세력과 수구보수언론에 오도된 탓일 뿐이므로 민간통일운동은 이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했을뿐더러 6·15이전 시대의 타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성적인 통일운동이나 교류협력사업을 통해 분단이 극복되리라거나, 아니면 분단을 그대로 둔 채 대한민국만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민주주의의 심화 등 ‘선진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환상을 접는 것이 급선무인데, 북의 핵실험이 이러한 담론 쇄신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반도문제 해결의 ‘준국가급 당사자’가 되려는 시민들이라면 남북의 ‘접근’을 통해 분단체제 속에서 일그러진 자신의 사고와 감정의 쇄신을 포함한 총체적인 ‘변화’를 감내할 태세가 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는 바 목표가 분명하기만 하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6자회담과 관련해 “최악의 사태는 6자회담이 결렬돼 북측이 추가 핵실험을 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6자회담이 비교적 순항하여 9.19성명의 이행과정으로 들어간다면 한반도식 통일과 분단체제 극복이 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루한 협상이 계속될 경우는 분단체제의 와해과정에서 두 정부 모두 현지 주민에 대한 통제력 내지 영향력이 줄어드는 사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동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극히 위험할뿐더러 핵물질 확산방지를 위해 필수적이지도 않다”, “개성·금강산 등 경제협력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특정 외국과 국내 수구세력의 압력에 굴복해 유엔조차 요구하지 않은 자해행위를 범하는 꼴”이라고 각각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인도적 지원사업이 일시적으로 부진해지는 것은 불가피할지라도 이를 ‘제재수단’으로 명시해서 중단하는 것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행위”라면서도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1718호 결의안은 우리 정부가 엄격히 해석해서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북핵사태 해법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시민사회나 심지어 정부당국도 북의 핵보유를 방지하거나 철회시킬 수 있는 처지가 못됨을 냉정하게 인식한다”며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쪽이 결자해지 원리에 따라 풀어가도록 맡겨두고 우리는 북미간의 타결이 빠르건 늦건 계속 진행되기 마련인 한반도식 통일의 현장작업에 치중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백 대표는 “북핵사태 해법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시민사회나 심지어 정부당국도 북의 핵보유를 방지하거나 철회시킬 수 있는 처지가 못됨을 냉정하게 인식한다”며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쪽이 결자해지 원리에 따라 풀어가도록 맡겨두고 우리는 북미간의 타결이 빠르건 늦건 계속 진행되기 마련인 한반도식 통일의 현장작업에 치중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