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벨재단 린튼 이사장
북한 결핵환자 지원 10돌 맞은 유진벨재단 린튼 이사장
“처음에는 벽 하나만 허물면 바로 북한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남과 북 사이에는 너른 강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난 10년은 그 강 위에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가는 과정이었다. 이제는 강물이 많이 얕아진 것 같다.”
북한 결핵 환자들을 지원해온 유진벨재단이 대북의료지원 10주년을 맞았다. 96년부터 북한 곳곳의 결핵 요양원과 병원을 찾아다니며,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지원해왔다. 스티븐 린튼(한국이름 인세반) 유진벨재단 이사장은 지난 10년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회고한다.
105년 전 외증조부가 교육·의료·선교를 시작한 한국에 뿌리를 내린 그는 애초 한국학을 가르치던 교수였다. 그러나, 북한 식량난이 심각했던 95년 국제구호단체들에 강의를 해주면서 북한 지원 사업을 만나게 됐다. 어린 시절 결핵을 두 번 앓았던 그는 북한 결핵 환자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했다.
결핵은 전염성이 강해 북한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이지만, 식량난에 의료체계까지 마비된 북한에서 환자들은 벽지의 요양원에 방치된 채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 있는 후원자들이 모아준 돈으로 결핵환자들에 맞게 설계한 의약품과 영양제 등을 구입한 뒤 후원자 각각의 이름을 붙여 직접 전달한다. 직원 4명의 작은 단체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분담해 북한 인구 3분의 1을 관할하고 있으며, 10년 동안 20만명분 이상의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전달했다.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마음의 벽을 낮추게 한 것도 뜻 깊은 변화였다. “처음에는 병원에도 못들어가고, 환자도 못만나고, 텅텅 빈 병원 건물만 보고 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시골 곳곳 요양소까지 찾아다니며 환자들을 직접 만나고 약품과 장비가 어떻게 지원하는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5년 전부터는 일반인들이 다니는 인민병원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인민병원 운영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 응급장비들을 보내고, 산모와 어린이들을 위한 보건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는 이 모든 사업에서 외국인인 자신은 “한국인들의 마음과 정성을 북한 동포들에게 전하는 당나귀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린튼 박사는 올해 가족 상봉길이 막혀 있는 재미교포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샘소리’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 법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 이후 남북 교류가 꽁꽁 얼어붙은 지난 4~18일 린튼 이사장 등 유진벨 대표단은 북한 평안북도와 평양시의 의료시설 19곳에 컨테이너 17개분의 의료장비와 약품을 지원하고 돌아왔다. 린튼 이사장은 “다행히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시설에 갈 수 있었고 사람들도 잘 만날 수 있었다”며 “올해 20억원이 넘는 지원을 보냈고 빚도 많은 데 정세가 이렇게 나빠서 지원이 제대로 들어올지 걱정이다.”
그는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 정부가 대북 쌀·비료 지원을 중단한 데 대해 “지원 활동 자체도 좀더 투명해지고 실질적이 되야 할 필요는 있다”면서 “식량은 지원하지 못하더라도 비료는 지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그는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 정부가 대북 쌀·비료 지원을 중단한 데 대해 “지원 활동 자체도 좀더 투명해지고 실질적이 되야 할 필요는 있다”면서 “식량은 지원하지 못하더라도 비료는 지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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