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가계도
김정철·김정운 후계 구도 예측속
“3대째 세습 어려울것” 전망도
“3대째 세습 어려울것” 전망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세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고영희씨의 자서전 성격을 띤 책이 7월20일 평양에서 출간됐다고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하지만 오보였다. 고영희씨가 ‘고춘행’이란 본명을 사용해, 유명한 재일동포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 고태문씨의 생애를 담은 책 <유도 애국자>를 펴냈다는 것인데,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북한 보도를 근거로 “자서전을 발표한 고춘행씨가 조선유술협회 초대 위원장인 고태문씨의 딸인 것은 사실이나, 고영희씨와는 다른 인물로 현재 조선예술교류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해프닝’은 북한의 후계 구도가,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든 한반도의 정세와 관련해서든, 여전히 남쪽과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북한의 후계 문제가 제대로 확인된 사실이 없고,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일단 북한의 권력 승계와 관련된 외부의 시각은 ‘부자간 세습’에 고정돼 있다. 김일성 주석이 아들인 김정일 위원장에게 권력을 ‘물려준’ 것처럼, 김 위원장도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시각의 밑바닥에는 북한은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유교적 통치국가라는 인식이 깔렸다.
이런 사고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포스트 김정일’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세 사람으로 좁혀진다. 김 위원장과 영화배우 출신의 성혜림씨(2002년 5월 사망) 사이에서 태어난 정남(35)씨, 김 위원장과 평양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출신의 고영희씨 사이에서 난 정철(25)씨, 정운(22)씨다.
그러나 이들 세 사람을 두고서도 소문과 추정이 뒤섞인 ‘유력론’과 ‘불가론’만 엇갈릴 뿐이다. 정남씨는 생모인 성씨가 1996년 서방으로 망명을 시도하면서 위상을 위협받기 시작했고, 2001년 5월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적이 있어 후계 대열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남씨는 예술적 소질과 성격 등에서 김 위원장과 가장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째인 정철씨는 북한 군부가 선호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문도 있다. 정운씨는 리더십이 뛰어나 최근 김 위원장의 총애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역시 소문에 지나지 않고, 나이가 아직 어려 후계자로 올리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권력 승계와 ‘부자간 세습’을 동일시하는 시각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게 아니라, 삼촌인 김영주 등과 ‘투쟁’을 통해 권력을 쟁취했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식들에게 권력을 넘겨주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북한 소식통인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도 지난달 2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연에서 후계 문제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서) 징후나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전제한 뒤 “제 추측에는 세습이 차세대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단순히 ‘집안 사람’이란 이유로 카리스마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고, 나름의 경험과 역사적인 배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대(김일성 주석·김정일 위원장) 이후 세습은 굉장히 어려울 것 같고, 또 그 사이에 북한이 국제 성원으로 활동하게 되면 세습이 먹혀들어가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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