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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베이징 6자회담…한국 구실 “밀운강우”

등록 2006-12-21 21:38

베이징 6자회담 나흘째인 21일 오후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오른쪽)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조어대 경내를 거닐며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베이징 6자회담 나흘째인 21일 오후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오른쪽)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조어대 경내를 거닐며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단비로 목마른 대지 적신다〉

중국 베이징에서 이뤄지고 있는 5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에서 북한과 미국은 19일 한 차례, 20일 두 차례 만난 데 이어 21일에도 따로 만났다. 북-미 양자접촉의 앞뒤로 남북 양자협의 또는 수석대표회담도 열렸다. 마치 ‘2인3각’ 대화 같다. 이를 두고 회담 고위 관계자는 21일 “(북-미가)서로 상대방의 의도를 오판해 일을 그르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신의 골이 깊은 북-미 사이에서 ‘의사소통의 조정자’ 구실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자 회담에서 한국의 구실을 ‘밀운강우’(密雲降雨)라고 비유했다. 요새 유행한다는 구름만 잔뜩 끼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밀운불우(密雲不雨)’에 빗댄 표현이다. 마른 하늘에 구름을 만들고 비가 내리도록 해, 단비에 목마른 대지를 적시게 한다는 것이다. 6자 회담의 지난 역사를 보면, 4차 회담 직전에 대북 송전을 핵심으로 한 ‘중대 제안’을 내놨다. 7월 북한의 대포동 2 발사 뒤엔 한-미간 ‘공동의 포괄적 접근법’에 합의해 핵실험의 위기를 넘어 열린 5차 2단계 회의를 여는 실마리이자 논의의 출발점을 제공했다. 그 핵심 내용이 이번에 공개됐다. 9·19공동성명에 따른 ‘행동 대 행동’ 원칙의 1대 1 기계적 적용이 아닌, 전체 이행계획을 몇 개의 패키지로 만드는 유연한 접근 방식이다. 미국 등 관련국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베이징/이제훈 기자


미, 유연해졌다 했더니…
라이스 “외교는 예술”…6자 ‘느슨한’ 협상방식 내놔

“외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외교론의 기본 원칙을 밝혔다.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다. ‘악의 축’ 국가들과 직접대화를 거부해온 조지 부시 행정부에선 그동안 이 말이 금기였다. 19일 미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아이고, 이 말은 안 했어야 하는데…”라며 ‘실수’처럼 튀어나온 이 발언은 베이징 6자 회담에서 미국 쪽이 보여주고 있는 ‘유연성’이 뭘 의미하는지를 상징한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그 실체로서 이른바 ‘단계별 패키지 방식’이라는 새 구상의 뼈대를 드러냈다. ‘행동 대 행동’이라는 일대일 대응방식이 아니라 단계마다 몇 개의 행동들(a set of actions)을 상호 취해나가자는 것이다. 한국이 기조연설에서 밝힌 것과 같다. 그래서 지적재산권이 한국 쪽에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이 구상에 대해 여전히 순서를 정한 것이긴 하지만 “다소 느슨해진 순서”의 “보다 광범한 조처들”이라고 부연했다. 자그마한 행동 하나하나마다 다음 행동에 앞서 어떤 행위를 해야하는 일 대 일 상응조처의 엄격한 순차적 방식에 대한 협상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북-미 모두 유연해질 수 있고, 신뢰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그러나 각 단계별 이행기간에 대해선 “보다 유연한 시간대”라고 하면서도 “몇 주, 몇 년이 아니라 몇 개월 안에” 협상을 끝내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 임기 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중국 쪽의 ‘실행계획’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한 방식”이라고 밝혀 중국 쪽의 중재안에 대해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쪽의 협상에서 제시한 상응조처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에게 협상을 위한 상당수준의 ‘재량권’이 부여됐음을 시사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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