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중단된 북 수해지원물자 처리 고심
쌀·트럭도…국내서 쓰려 해도 절차 복잡해
쌀·트럭도…국내서 쓰려 해도 절차 복잡해
지난해 10월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대북 수해 물자 지원이 중단되면서, 현재 보관 중인 잔여분의 처리를 놓고 통일부와 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북한의 큰물 피해에 대해 정부는 같은해 8월 말 대한적십자사 등을 통해 쌀 10만t, 시멘트 10만t, 철근 5천t, 트럭 100대 등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으로 이 가운데 쌀 1만t, 시멘트 7만t, 철근 1천200t, 덤프트럭 50대 등이 북쪽으로 보내지지 않았다.
잔여 물자의 보관과 처리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시멘트라고 업계에선 말한다. 7만t 가운데 6만t은 발주를 하지 않아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미 생산이 끝난 1만t은 실내 보관 창고가 없어 동해항 야적장에 쌓여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야적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물기를 많이 품고 있는 바닷바람 때문에 시멘트가 굳어가고 있다”며 “업계에선 관행적으로 시멘트의 유통기간을 3개월로 보고 있어 2월 초 안에는 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북 수해지원 물품은 남북협력기금에서 예산을 충당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하더라도 국회 심의를 다시 거쳐 예산전용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다. 게다가 북한에 보내는 시멘트는 쌍용·한라·동양시멘트 3개사가 40kg 소매용으로 특별 제작한 거여서, 국내 판매가 쉽지 않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시멘트를 포장없이 곧바로 사용하는 ‘레미콘 시스템’이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의치 않으면 8억5천만원어치의 시멘트를 모두 매립처분할 수 밖에 없다”며 “매립할 곳도 마땅치 않은데다, 매립한다고 해도 환경오염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폐기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모니터링이 가능한 북한 지역에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덤프트럭 50대도 골칫거리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25t트럭은 전략물자에 해당돼, 대우자동차판매가 해외용으로 판매하려는 8t트럭을 어렵게 구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해를 넘기는 바람에 ‘연식재고’가 생겨 다시 해외에 팔더라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울산항 근처에 있는 쌀 1만t 역시 일정한 온도로 실내 창고에서 보관을 해야하기 때문에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원이 중단된 수해 물자의 처리 방안을 조만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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