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 잘 이끌어 위상 강화
네오콘 대북강공책 주춤할 듯
네오콘 대북강공책 주춤할 듯
13일 아침(현지시각) 미국 국무부, 기자들 앞에 선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의 표정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합의가 잘 됐는지) 확인하려고 오늘 아침 4시15분에 (크리스토퍼) 힐에게 전화를 했다. 어쨌든 4시30분에 일어났다”며 밤잠을 설쳤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합의를 “한반도 비핵화의 좋은 출발”이라고 규정하고, “정부 안에서 합의 내용을 분명히 협의했고 대통령도 모든 합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다”고 강경파의 반발 가능성에 못을 박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6자회담에서 도달한 합의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라이스 장관과 힐 대사, 미국 협상팀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화답했다.
미 행정부 대북정책에서 ‘라이스-힐’의 협상 라인의 위상이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라이스-힐 라인은 딕 체니 부통령이나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 등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국방부 및 국가안보회의(NSC)의 견제와 도전에 흔들릴 때가 많았다. 최근 라이스 장관이 이라크·이란·북한 등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고, 존 네그로폰테 전 국가정보국장이 부장관으로 오면서 ‘라이스의 퇴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2·13 합의로 라이스 장관과 힐 차관보가 6자회담 뿐 아니라 대북 정책 전반을 끌고 갈 강력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획기적인 합의가 어떻게 이행될지에 따라 힐-라이스 라인의 힘이 정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면, 현재의 협상 노선이 계속 순항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쪽으로 비켜나 있던 강경파가 총공세에 나설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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