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와 제네바 기본합의 비교
핵동결 대가 북에 에너지지원
제네바 합의 특별한 성과없자
성과급제 방식 아이디어 내놔
‘대북지원 공평부담’ 전과 달라
제네바 합의 특별한 성과없자
성과급제 방식 아이디어 내놔
‘대북지원 공평부담’ 전과 달라
13일 채택한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처’ 합의문서(이하 2·13합의)는 논의 단계부터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와 자주 비교됐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행동계획’을 담고 있는 외교문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로 큰틀의 공약사항을 담은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나 2005년 9·19공동성명과 그 성격이 다르다. 두 문서가 쉼없이 비교대상이 되는 건 제네바 기본합의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합의가 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제네바 기본합의의 내용 및 그 이행 과정은 2·13합의 마련 과정에서 반면교사 노릇을 하면서 쉼없이 상상력을 자극해왔다”고 말했다.
제네바 기본합의는 ‘제2의 한반도 전쟁’ 직전까지 갔던 제1차 북핵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1994년 10월 북-미간에 맺어졌다. 완전한 북핵폐기 대 경수로 제공(100만kW 급 2기) 및 북-미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정했다. 북한은 제2차 북핵 위기 직후인 2002년 12월 영변 5MW 흑연감속로 등 동결 핵시설을 재가동할 때까지 8년간 동결의 대가로 모두 356만t의 중유(5억1130만달러 상당, 미국 부담 70%)를 지원받았다. 경수로 건설 공사는 제2차 북핵 위기의 후폭풍을 맞아 중단됐다가 15억6200만달러의 사업비를 투입한 상태에서 2005년 6월 공식 종료됐다. 지금은 북한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가 서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실패’가 한, 미 등이 2·13합의에서 북한의 핵 불능화 조처에 연동해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을 ‘성과급’ 방식으로 연계한 배경이다. 일견 북한이 ‘손해 보는 장사’ 같다.
하지만 손익 계산이 쉽지 않다. 제네바 합의 땐 ‘동결’만으로도 북한을 비핵국가로 묶어두는 의미가 있었다. 나라 안팎의 많은 전문가들이 “중유 지원은 제네바 합의 붕괴 때까지 8년간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한 평화비용”이라고 평가하는 까닭이다. 반면에 이번에 북쪽은 ‘중유 100만t 상당의 지원’말고도 △방코델타아시아(BDA) 관련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양자협의를 30일 안에 시작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쪽으로선 정상국가화라는 숙원을 풀 수 있는 주요 수단을 확보한 셈이다. 대신 미국 등은 완전한 북핵 폐기로 나아갈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잘 지켜지기만 하면 서로 이익이 되는 합의다.
2·13합의는 합의 실천의 기술적·정치적 신뢰 및 추진 동력을 마련할 △5개 분야별 워킹그룹 구성·운용 △초기단계 이행계획 완료 즉시 6자 외무장관 회담 개최라는 상설 협의체 및 정치적 도약대도 마련해 뒀다는 점에서 제네바 합의보다 구체적이다.
제네바 합의에서 소외된 채 경수로 건설 비용의 70%를 부담했던 한국이 이번엔 논의를 주도하며 대북지원 비용의 형평 부담 원칙을 관철한 점이나, 한국·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 주요국 모두가 합의 주체로 참여한 점도 제네바합의 때와 다르다.
베이징/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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