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전문가 올브라이트 방북결과 회견
“북 관리 농축우라늄 의혹 해소 의지 보여”
“북 관리 농축우라늄 의혹 해소 의지 보여”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의 도화선이 된 북한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은 가스원심분리기 20개 정도로 추정되는 연구실 규모의 수준에 불과하며 이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정보는 ‘결함투성이’라고 미국의 권위있는 핵 전문가가 14일(현지시각) 주장했다.
지난달 30일부터 닷새 동안 방북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나고 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한이 1년에 수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대규모 농축우라늄 공장을 갖고 있다고 했던 주장은 ‘결함투성이’의 정보평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내 평가로는 20여개의 가스원심분리기에 불과하며 폭탄을 제조할 만한 수천개의 원심분리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방문에서 만난 북한 관리들은 그동안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부인 자세와는 달리 “미국이 증거를 제시하는 특별한 조건이라면 이 증거들을 살펴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할 의지가 있다”며 의구심을 풀겠다는 좀더 적극적인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김계관 부상은 지난달 베를린 북-미 협의 및 5차 6자 회담 3단계 회의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의혹은 다 규명하겠다’고 밝혔다고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한국방송> ‘박에스더입니다’에 나와 밝혔다. 천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합의에서 북한의 모든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 문제를 4월13일까지 북-미 간에 협의하기로 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 2·13 합의에서 초기조처를 넘어 ‘신고와 핵불능화’까지 합의한 것은 이런 고농축 우라늄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자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브라이트 소장은 조엘 위트 전 제네바 군축회담 대표(전 국무부 북한담당관)과 동행한 이번 방북을 마친 뒤 북한이 ‘동결·사찰 뒤 해체’를 기본으로 하는 북한의 2단계 핵폐기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북한이 신고·핵불능화의 수준까지 동의한 것은 이 2단계 감축안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정보는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이용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와 비슷한 수준에 있다”고 비판해 부시 행정부가 다른 목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강태호 이제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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