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SC 보좌관, 베이징 공항서 북 사람들과 비공식 대화
지난달 북-미 베를린 회동에서 시작돼 베이징에서의 2·13 북핵 합의로 마무리된 숨가쁜 북핵 외교 비화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베를린 양자협의가 있었던 지난달 17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중동 순방 뒤 베를린에 들렀다. 힐 차관보는 이때 북한이 핵 폐기 초기조처를 취하기로 한 합의 내용(메모랜덤)을 라이스 장관에게 전했으며, 이것이 2·13 합의의 토대가 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을 토대로 계속 진행할까요”라고 물었고, 부시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11월 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북핵 문제는 미국의 문제라기보다는 중국의 문제”라며 말한 것을 문제 해결의 전환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베를린 양자협의에서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문제를 30일 이내에 해제하기로 약속하고, 북한은 60일 안에 9·19 공동성명의 초기 이행조처를 취하기로 하는 등의 문서를 교환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베를린 협의 뒤 이구동성으로 “6자 회담의 진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고, 이후 회담장 밖의 회담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지난해 12월 빅터 차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베이징 공항에서 우연히 북한 사람들을 만나 비공식 대화를 한 것이 베를린 북-미 회동으로 이어졌다고 14일 보도했다. 그동안 매파 포용정책을 주장해온 보수파로 분류돼 온 한국계 빅터 차 보좌관은 ‘당근과 채찍’ 병행론을 주장하면서 이번 2·13 북핵 합의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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