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92·94·2002년 사찰 ‘주역’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에서 올리 하이노넨 사무차장 만한 북핵 전문가도 없다. 그는 북한과 질긴 인연이 있다. 그 때문일까? 그가 곧 평양을 방문해 북한 핵시설 사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핀란드 출신인 그는 1992년 북핵 사찰단의 일원으로 평양에 첫발을 디딘 뒤 94년과 2002년 등 북핵 위기의 중요 고비마다 영변 핵 시설 사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검증을 총괄하는 2인자에 오른 데는 북한 핵 사찰의 ‘실력 발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방사화학 전공 박사로 핀란드원자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다 83년 국제원자력기구에 합류했다.
그의 첫 북한행은 북한이 처음으로 국제 핵 사찰을 받아들인 92년이다. 북한은 90년 한 차례 90g 분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보고했지만, 사찰팀은 첨단 장비와 기술을 동원한 정밀측정을 통해 북한이 89·90·91년 세 번에 걸쳐 플루토늄을 추출했으며, 추출량도 훨씬 많다는 증거를 포착했다.
91년 제1차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사찰 대상 시설 옆에 비밀공장을 건설해 핵 개발을 해왔다는 게 드러나 타격을 받았던 국제원자력기구는 당시 기술과 조직을 완전히 재정비해 북한 감시에 나섰고, 북한은 허를 찔렸다. 하이노넨은 이후 인터뷰에서 “그들(북한)은 과학기술이 이처럼 놀라운 발전을 계속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지적했다.(돈 오버도퍼 〈두 개의 한국〉)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기로 결정하고, 남북회담 북쪽 대표단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한반도가 전쟁 위기의 풍전등화 상태였던 94년 5월19일 “베이징을 출발한 그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업무 현장으로 달려갔다.” 당시 국장이던 그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두 대의 기계를 한꺼번에 사용해 사용후 연료봉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빼내고 있으며, 연료봉이 장착돼 있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도록 뒤죽박죽으로 상자에 넣어 과거 플루토늄 추출 추정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했다. (로버트 갈루치 등 〈북핵 위기의 전말(Going Critical)〉) 제네바 합의가 흔들리고 있던 2002년 5월, 그는 다시 한번 평양을 방문해 북한 원자력총국 관계자들을 만났다. 오랫동안 국제원자력기구 관련 업무를 한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몇 번 만나본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냉철하고 원칙에 충실하다. 그에 이어 북핵 사찰단을 이끌었던 잠비아 출신의 칼루바 치툼보 국장이 북한에 약간 온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하이노넨은 북한에 대한 온정적 시선이 전혀 없으며 원칙적이고 실무적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껄끄럽게 여겼을 수도 있고, 미국 편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6자회담 ‘2.13합의’에는 북한이 60일 이내에 영변 핵시설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 감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아사히신문〉은 하이노넨 국장이 곧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94년 북핵사찰을 마친 뒤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난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기로 결정하고, 남북회담 북쪽 대표단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한반도가 전쟁 위기의 풍전등화 상태였던 94년 5월19일 “베이징을 출발한 그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업무 현장으로 달려갔다.” 당시 국장이던 그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두 대의 기계를 한꺼번에 사용해 사용후 연료봉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빼내고 있으며, 연료봉이 장착돼 있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도록 뒤죽박죽으로 상자에 넣어 과거 플루토늄 추출 추정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했다. (로버트 갈루치 등 〈북핵 위기의 전말(Going Critical)〉) 제네바 합의가 흔들리고 있던 2002년 5월, 그는 다시 한번 평양을 방문해 북한 원자력총국 관계자들을 만났다. 오랫동안 국제원자력기구 관련 업무를 한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몇 번 만나본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냉철하고 원칙에 충실하다. 그에 이어 북핵 사찰단을 이끌었던 잠비아 출신의 칼루바 치툼보 국장이 북한에 약간 온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하이노넨은 북한에 대한 온정적 시선이 전혀 없으며 원칙적이고 실무적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껄끄럽게 여겼을 수도 있고, 미국 편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6자회담 ‘2.13합의’에는 북한이 60일 이내에 영변 핵시설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 감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아사히신문〉은 하이노넨 국장이 곧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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