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폐막된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이재정 남쪽 수석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권호웅 북쪽 수석대표가 공동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비핵화 이행·관계 정상화 노력키로
경협 등 복구…일각선 “더 속도내야”
경협 등 복구…일각선 “더 속도내야”
장관급회담 합의 의미
남쪽은 제20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2·13 합의’ 이행의 가속화 △남북관계 정상화 등 애초 세운 양대 목표에 상당 부분 근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보장을 위해 ‘2·13 합의’를 원만히 이행하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당사자가 남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6자 회담과 남북관계를 서로 긴밀히 조율해 나가겠다는 남쪽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남쪽은 협상 과정에서 “60일 안에 취해야 할 초기조처 이행과 관련해 북쪽의 관심사항들이 합리적인 방향에서 협의·해결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며 북쪽을 설득했다.
실제 회담 과정에서도 남쪽은 ‘2·13 합의’ 이행의 가속화를 위해 ‘선언적 수준’을 넘어 쌀 차관 제공 시기를 관철시켰다. 북쪽은 쌀·비료 지원 재개를 남북관계 회복의 징표로 간주하고, 쌀 차관의 논의 창구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를 이달 안에 열자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남쪽은 비핵화 초기조처 이행 시한인 다음달 14일 이후로 개최를 미루자고 요청해 북쪽의 동의를 얻어냈다. 대신, 남쪽은 북쪽의 입장과 체면을 고려해, 쌀·비료 지원 규모를 북쪽 요구대로 ‘예년 수준’에 맞춰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축인 경제협력과 인도주의 교류는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전으로 완전히 복구됐다. 이번 회담에서 남쪽은 이미 합의된 사안들 가운데 이행되지 않은 현안들을 점검하고, 향후 남북관계 일정표를 짜는 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안에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 재개를 위한 실무 접촉 △열차 시험운행 실시를 위한 경협위 위원 접촉 △이산가족 화상상봉 △경협위 개최 △6·15 민족평화통일 대축전 등의 행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14일부터 개성에서 열리는 철도 시험운행을 위한 실무접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사적 보장조처가 취해지는 데 따라’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상반기 안에 시험운행이 이뤄질 경우, 이와 맞물린 ‘경공업 원자재 제공-지하자원 개발’이라는 남북 공동의 경제협력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5월 군사 보장합의서가 마련되지 않아 열차 시험운행이 막판에 무산된 적이 있어 북쪽 군부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다. 회담 관계자는 “열차 시험운행과 관련해 깊숙한 얘기가 오갔다”고 밝혀 ‘합의문 이상’의 진척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협위에서는 쌀 차관 제공 이외에도 △개성공단 건설 활성화 △한강하구 골재채취 사업 등 지난해 7월 이전에 합의된 사안들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회담 재개는 이번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회담 관계자는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쪽이 다 부담스러워하는 의제였다”고 밝혀 무게를 두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는 워킹그룹(실무그룹)이 잇따라 열리는 등 ‘2·13 합의’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에서 더 속도를 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상반기 남북관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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