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북-미 실무그룹 회담에 앞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외교 가정교사’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별도로 만났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비공개 토론에 참석했던 두 사람은 1시간여 뒤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인근 ‘뮤츄얼 오브 어메리카’ 건물에서 몇 분의 시차를 두고 나왔다. 두 사람은 이 건물에서 30여분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추정된다. 김 부상은 오후 3시15분께 숙소인 밀레니엄호텔로 돌아갔다.
베트남평화협상과 미-중 수교를 이끈 키신저 전 장관은 미 공화당 외교정책의 대부로, 요즘 백악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현실주의 외교’를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 중시론과 외교 우선론 등을 제기해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부시 행정부 2기의 대북정책 변화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그는 북한 방문을 희망해왔다. 김 부상이 짬을 내 별도로 만날 만한 특별한 인물인 셈이다.
키신저는 지난해 11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문제는 외교로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라며 “북핵문제가 먼저 해결되면 (북-미) 관계는 정상화되고 나머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지론을 밝혔다.
또 ‘북핵 폐기’와 ‘정권 교체’가 별개 이슈라는 분리대응론을 제기하면서, ‘주변이슈’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핵심이슈’(핵 폐기)에만 집중할 것과 핵 폐기를 전제로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주고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제언은 북한이 듣고 싶었던 얘기일 수 있다. 북-미가 지금 그의 말대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뉴욕/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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