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관련 일정
2.13합의 이행 어떻게
“우리(미국과 북한)는 (2·13합의) 초기 60일간 이행 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는 낙관적 기대를 갖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6일(한국시각 7일) 북-미 관계정상화 워킹그룹 회의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도 “결과에 대해선 두고 봐라, 지금 다 말하면 재미없다”며 여유마저 보였다. 힐 차관보는 “(60일 초기조처 이행 완료 뒤)다음 단계에 대해서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2.13 합의의 이행 전망을 핵심과제별로 점검해 본다.
힐 “초기조처 이행 낙관적”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검증= 2·13합의 초기 조처의 상당 부분은 이미 실천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북-미 협의를 시작으로, 2·13합의 이후 30일 안에 첫 회의를 열기로 한 5개 워킹그룹 회의도 착착 진행될 예정이다. 경제·에너지 협력, 한반도비핵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관련 3개 워킹그룹도 19일 제6차 6자 회담에 앞서 16일께부터 베이징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7일로 예정됐던 북-일 관계정상화 워킹그룹 회의가 전격 취소됐지만, 큰 흐름을 바꾸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2·13합의 초기조처의 핵심인 영변 핵시설의 폐쇄·봉인·검증에 필요한 조처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3~14일 방북하면, “모든 필요한 감시 및 검증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을 복귀토록 초청한다”는 2·13합의 내용 및 북-국제원자력기구간 관계 복원에 대한 북쪽의 정치적 의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 양쪽은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방북 결과를 토대로 합의 이행에 필요한 기술적·전문적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내다봤다.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이 문제도 60일 안 이행 과제에 들어 있다. 2·13합의 이후 합의를 깰 수도 있는 핵심 난제로 꼽혔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도 이번 북-미 협의에서 해법의 얼개를 그렸다. 힐 차관보는 “사실을 말하자면, 그들(북)이 핵(프로그램)신고 이전에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먼저 얘기했다”고 밝혔다. 북쪽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힐 차관보가 지적한 ‘완벽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쪽은 앞으로 전문가들이 만나 기술적 협의를 벌이기로 했다.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 해법처럼 의혹을 먼저 제기한 미국 쪽이 증거를 제시하고 북쪽이 소명하며, 세부 사항은 전문가급 협의로 넘기는 방식이 예상된다.
북쪽의 2·13합의 이행 의지의 진정성을 가늠할 핵심 잣대인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 및 ‘추출 플루토늄을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밑돌을 놓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김계관 부상은 “불능화란 재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6자 회담 사정에 밝은 외교부 고위 관계자의 전언도 긍정적이다. 힐 차관보는 “북쪽이 핵시설 불능화라는 더욱 어려운 단계까지 어떻게 갈지 의지를 보여줘 고무됐다”고 말했다.
연락사무소 없이 외교 수립
북-미 관계정상화 협의= 힐 차관보는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관계정상화 문제와 관련한 “외교관계 회복의 정치적·법적 측면에 대해 유익하고 매우 긴 논의를 했다”며, “역사적 측면까지 다뤘다”고 밝혔다. 그는 “납치문제는 오래된 현안으로 북한의 미래 및 일본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해, 북-일관계의 핵심 장애물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도 협의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물꼬트기’치고는 진도가 많이 나간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북쪽이 워싱턴-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을 원한다며, “그런데 그건 비핵화 문제와 깊게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에 따라선, 북핵 폐기 및 북-미 관계정상화 문제가 큰 틀에서 속도감있게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 고위인사의 방북이 단행될 수 있다. 힐 차관보는 비디에이 문제도 “30일 안에 풀 것”이며 “오늘 북쪽과 그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혀,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한반도평화체제 논의= 한국전쟁의 핵심 당사자인 북-미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논의 ‘메커니즘’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힐 차관보는 “6자 외무장관 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리면 그건 (2·13합의) 60일 초기조처 이행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내려졌음을 뜻하는 것”이라며, “(불능화·핵신고 등)다음 단계 이행조처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안전보장체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13합의 초기조처 이행이 완료되면, 6자 외무장관 회담을 시작으로 ‘완전한 북핵 폐기’의 과정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지형도를 ‘탈냉전의 협력적 안보 체제’로 새롭게 짜는 다각적인 고위 정치대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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