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맨오른쪽)이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로마협정 50주년 유럽연합 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DJ ‘로마협정 50주년 유럽연합 세미나’에서 밝혀
“기회 놓치면 한·중도 경제제재 결정적 태도 취해”
“기회 놓치면 한·중도 경제제재 결정적 태도 취해”
“(북한의)김정일 정권이 최근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되풀이 말하는 것은 핵을 포기했을 때 국민적 불만이나 군부의 반발을 미연에 완화하려고 하는 조처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로마협정 50주년 유럽연합 기념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분석하면서,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될 것이고, 6자회담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 모두 직접 대화로 주고받는 협상을 진전시키고, 한반도에 일거에 평화의 봄이 도래하고 전쟁상태를 종식시키는 평화협정 체결의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미국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계속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중국이나 한국도 경제제재 등에 결정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도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은 이제 오랫동안 바라던 주장을 관철시켜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와 북-미간 국교 정상화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도 해결에 합의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으로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나 군사제재는 불가능하며, 조지 부시 대통령은 다음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에서라도 성공을 거둬야 할 긴박한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대북 정책을 바꿔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안전보장과 국교정상화 등을 허용하겠다고 나섰다”며 “이런 현실적인 정책변화를 크게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에 걸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럽연합은 6자회담이 성공한 뒤 한반도와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보장기구가 상설화할 때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기를 바란다”며 “유럽 통합의 소중한 경험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번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는 최근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고위 관료들이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는 데 대해 “동아시아에서 유럽연합과 같은 성공적인 통합의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전쟁범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이 독일의 성공사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럽연합 통합은 과거 나치 치하에서 저지른 죄악에 대한 독일의 반성과 속죄, 배상 그리고 역사 교육 등 진지하고 성의 넘치는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이룩될 수 있었다”며 “우리는 새로이 태어난 일본과 더불어 한반도와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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