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왼쪽) 미국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11일 판문점 북쪽 경비구역에서 한국전쟁 때 숨진 여섯 구의 미군 유해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이날 북한 당국으로부터 유해를 건네받아 판문점을 거쳐 서울로 온 리처드슨 주지사 일행은 남영동 미국대사관 자료정보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정부가 비디에이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그 다음날 자신들이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판문점/AP 연합
‘BDA 자금’ 고개 넘은 북-미
‘60일 합의 시한’ 미묘한 차이
이르면 하순께 6자회담 재개 6자 회담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 북한 자금 문제라는 큰 걸림돌을 넘어섰다. 미국 재무부의 10일 ‘조건 없는 동결 해제’ 방침 공식 발표 이후 북한 쪽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비공식적이지만, 이제 큰 틀에서 2·13 합의 이행을 의심할 이유는 없어졌다. 하지만 ‘합의 이행의 속도’를 둘러싼 북한과 다른 5개국 사이의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선 북쪽은 영변 핵시설 폐쇄에 필요한 물리적 조처를 10일까지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폐쇄 완료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계관 부상도 2·13 합의 60일 초기 조처 이행 시한인 14일을 맞추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조처의 감시·검증 활동을 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의 북한 방문 문제를 두고는 북-미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국제원자력기구 감시단의 입북이 며칠 안에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도 북쪽이 요청하면 올리 하이노넨 사무차장을 단장으로 한 ‘사전 조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협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계관 부상은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주 주지사 일행한테 “한달 안에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엔비시>(NBC) 방송은 전했다. 리처드슨 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디에이 문제 해결 다음날 국제원자력기구 감시단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북쪽이 30일 정도 더 필요하다고 간접적으로 언급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김 부상이 지난달 6차 6자 회담 1단계 회의 끝 무렵에 ‘비디에이 문제 해결 이후 30일 안에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의 방북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는 전언과 맥을 같이한다. 북쪽은 ‘북-미가 2·13 합의 30일 안에 비디에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으니, 이 문제 해결 뒤 30일 안에 북쪽의 의무 사항을 이행하면 60일 시한을 어기지 않는 것’이라는 논리인 듯하다. 김 부상이 베이징으로 나와 12일부터 그곳에 머물 힐 차관보와 양자 협의에 나설 경우 양국간에 우선 조정해야 할 문제다. 양자 협의가 성사되면 이런 이견 해소를 비롯해 다음 6자 회담 재개 문제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비디에이 문제 해결 즉시 바로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6차 2단계 회의는 이르면 이달 하순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비디에이 문제로 얻은 모멘텀을 살리려면 6자 회담을 조기 소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6자 회담은 지난달 23일 폐회 이래 한달 가까이 답보상태였지만, 다소 늦춰진 시간표를 들고 전진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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