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부기 남북경협사무소장
황부기 남북경협사무소장…양보단 질적 수준 높여야
꽉 막혔던 남북한 관계에 해빙 조짐이 보이면서 남북경협도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4월 말 분양 공고를 앞두고 개성공단이 분주한 가운데,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건물에서 100m 떨어진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를 통한 남북 기업 간 사업협의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성공단 현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황부기(48) 경협사무소 소장은 “3월 한달 동안 남북 기업 간 사업협의는 모두 5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3건에 비해 143%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전체로 보면 사업 협의는 87건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45%가 늘었다. 경협사무소는 2005년 10월 남북 경협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성공단 안에 설치돼, 당국 간 기업들의 사업 알선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남북 경협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황 소장은 밝혔다. 우선 개성에서 남북 기술자나 실무자끼리 기술협의가 가능해지면서 신사복이나 여성정장 등 작업공정이 까다로운 위탁가공도 늘고 있다. 그동안 위탁가공 업체들은 북쪽 현지공장 방문이 어려워 ‘작업지시서’(팩스)를 통해 체육복 등 단순 가공작업만 북쪽에 맡겨 왔다. 협의 수준이 깊어지면서 1박2일이나 2박3일 등의 ‘숙박 협의’도 71차례나 이루어졌다.
사실 북쪽과 위탁가공 교역을 해온 남쪽 업체들은 개성공단이 생기기 이전인 90년대 중반부터 남북 교역의 ‘산 증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위탁가공 업체의 70%는 대출받을 만한 여력조차 없어 개성공단에 입주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황 소장은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이나 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류나 정보통신(IT) 분야의 위탁가공 비중을 높이는 것도 숙제다. 황 소장은 “기업 수로 따지면 농산물 분야의 교역이 75%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의류 위탁 가공이나 소프트웨어 임가공이 활성화돼야 남북이 안정적이고 수준높은 교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대 소장인 그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협사무소 2층 남쪽 사무실과 3층 북쪽 사무실을 하루에도 서너차례씩 오가고 있었다.
개성/글 이용인, 사진 김봉규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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