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에 에워싸인 힐 6자 회담의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5일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2·13 합의의 초기조처 이행 시한이 지켜지지 못한 것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 문제와 관련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려고 베이징에 왔으나, 그를 만나지 못했다. 베이징/AP 연합
김계관과 베이징 회동 불발
대북 압박조처 ‘부글부글’
“많은 추진력 갖고 있지 않다”
대북 압박조처 ‘부글부글’
“많은 추진력 갖고 있지 않다”
2·13 합의 초기조처 이행의 60일 시한을 넘긴 14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는 토요일인데도 이례적으로 부산했다. 대변인 명의의 특별성명을 내놨고, 예정에 없던 국무부 고위관리의 전화기자회견을 조직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60일 시한에 맞춰 어떻게든 북한의 초기조처 이행의 단초라도 마련하려던 시도가 끝내 어긋난 뒤, 대북 대화를 주도한 국무부의 난감한 처지를 대변한다.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는 도쿄-서울-베이징을 돌며 2·13 합의 이행의 모멘텀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0일 북한의 요구대로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 이전 상태로 원상복귀하는 조처를 재무부가 발표하게 하고, 애초 12일이던 베이징행을 늦춰가며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베이징 회동을 기대했다. 그는 13일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북한은 이제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을 당장 초청하거나 2·13 합의 이행 약속 위반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 것 가운데 택일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14일엔 “우리는 현재 많은 추진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로 현 상황에 대한 ‘역풍’을 우려했다.
그러나 김 부상은 끝내 베이징에 나타나지 않았다. 힐 차관보는 15일 사실상 ‘빈손’으로 워싱턴 귀국길에 올랐다. 6자 회담 사정에 밝은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힐 차관보가 북한의 최근 태도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고민은 이라크전이나 이란 핵문제 등에 발이 묶여 북핵 문제에서라도 ‘성과’를 거둬야 하는 처지라 당장 대북 압박에 나서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연구소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은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북핵 협상을 계속하는 것을 매우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강 다트머스대 교수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이 바뀐 상황에서, 이행시한이 늦춰지더라도 6자 회담 과정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4일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른 시일 안에 2·13 합의 초기조처 이행에 나서지 않는다면, 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대사 등 대북 강경파들의 주장이 힘을 얻으며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제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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