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경제협력위원회 종결회의가 열린 22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진동수 남쪽위원장(왼쪽)과 주동찬 북쪽 위원장이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열차 시험운행’ 실현 되려면
가장 길었던 회담…“관계 정상화·정례화 의미”
다음달초까지 군사실무회담 열려야 진행 가능 제13차 남북경협위가 대북 쌀차관 제공, 5월17일 남북 열차 시험운행 등 10개 항에 합의하고 22일 끝났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로 돌아온 남쪽 대표단을 맞아 ‘지난달 장관급회담과 이번 경협위를 통해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정례화라는 목표를 이뤘다고 본다’며 “‘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길었던 회담 이번 경협위는 2003년 5월19~23일 오후까지 열렸던 5차 회의와 함께 가장 길었던 회담으로 기록됐다. 남쪽은 이틀째 기조발언에서 북쪽의 2·13합의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고, 북쪽은 이에 반발해 1차 전체회의 도중 일방적으로 퇴장했다. 북쪽이 남쪽의 촉구 수위를 재보려고, 전례가 없는 기조발언 등의 사전교환을 요구한 탓에 1차 전체회의 일정 자체가 7시간40분 늦어지기도 했다. 사흘째인 20일에야 경협 현안 협의에 들어갔으나, 이번엔 열차 시험운행에 관한 군사보장의 합의문 명시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남쪽은 이 부분이 안 되면 쌀차관 제공 합의도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고, 북쪽은 경협위 소관이 아닌데 못박는 표현을 쓸 수는 없다고 버텼다. 결국 종결 전체회의는 예정시각을 18시간30분 가량 넘긴 23일 아침 8시30분에야 열릴 수 있었다. 군사보장 어떻게?=열차 시험운행 시기 합의가 지켜질 것인지는 북쪽 군부의 군사적 보장 여부에 달려있다. 지난해에도 시험운행 하루 전날 북쪽 군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남북은 27~28일 개성에서 13차 철도·도로연결실무접촉을 가지나, 군사보장은 별도로 군 당국 사이 실무회담을 열어 합의를 봐야 한다. 국방부 당국자는 “현재 남북 사이엔 ‘철도·도로 공사작업’과 ‘임시도로 통행’의 군사적 보장 합의서가 체결돼 있지만, 철도 통행과 관련해선 군사보장 합의서를 새로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군사적 보장이 필수적인 ‘한강하구 골재채취’ 협력 사업도 군사 실무회담에서 논의돼야 한다. 북쪽 <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경협위 합의문 내용 보도에서 ‘군사적 보장 조치를 취하기로 적극 협력’하기로 한 대목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험운행 구간 사전 점검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 군사실무회담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까지 열리지 못하면, 5월17일 열차시험운행 일정표를 맞추기 어렵다. 경협 분야 확대는 차기 과제로=새로운 경협 사업 제안엔 북쪽이 적극적이었다. 북쪽은 기조연설에서 △(개성공단 내) 남북은행간 직거래 △나진·선봉지구 원유화학공업기지 공동건설 등을 제의했다. 남북 금융 직거래는 일단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 전달을 쉽게 하려는 의도로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국제금융시스템 참여를 위한 포석을 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유화학공업기지 건설은 북쪽이 경제 개발 단계에 맞춰 우선적으로 필요한 산업부문의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이해된다. 남쪽의 사회기반시설(SOC) 우선 개발 방식과 접근법에 차이가 있다. 산업별 협력으로 경협 틀과 방식의 진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이번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손원제 이제훈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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