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내역
시민단체 3대의혹 제기…“기존 분담금도 은행 예치”
한국의 방위비분담금(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압박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의 24일 발언이 역풍을 맞고 있다. 그는 이날 미국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한국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및 통합계획을 재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이 발언을 계기로 방위비분담금을 둘러싼 묵은 의혹을 풀자며 역공을 펴고 있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 논란을 짚어본다.
기지 이전 전용, 정부 거짓말했나?=불똥이 먼저 튀는 곳은 한국 정부다. 벨 사령관 발언은 분담금이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비용으로 쓰인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일부에선 한국 정부도 분담금의 기지 이전 전용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국회와 국민을 속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최재천 의원은 “2004년 비공식 당정협의 때 미 2사단 이전비용이 분담금에서 지출될 것이라고 지적하자,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숙 북미국장은 삿대질까지 하며 ‘그런 일은 없다’고 대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인한다. 국방부는 최근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국회 보고 여부를 묻자, “2004년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질의에 ‘분담금이 일부 전용될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지난달 2007년도 방위비분담금협정을 비준하며 “분담금 예산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 정부는 앞으로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국회가 분담금의 전용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지적이다.
미국 예산인가, 한국 예산인가?=정부는 분담금은 미국 계좌에 입금되는 순간 미국 예산이 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분담금이 기지 이전 비용에 사용되더라도 한국 정부 돈이 나가는 것으로 계산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반박하는 쪽은 “정부 논리는 방위비분담금 협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실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이행약정’은 “한국이 지원하는 건설사업으로 건설된 시설물과 개량물은 한국에 의해 제공되는 것으로 간주되며, 필요하지 않게 되면 한국에 반환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역시 분담금은 한국 부담이라고 밝히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정말 모자라나?=벨 사령관은 “2007년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7255억원은 미군 주둔비용의 41%에 불과하다”며 “분담금 부족으로 자금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올해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도 “분담금이 모자라 한국인 노무자를 해고할 수 있다”며 압박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정작 2002년 이후 건네받은 분담금 7000억원을 5년째 은행에 예치해두고 있다. 〈신동아〉 5월호는 “미군이 수백억원의 이자는 본국에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이 돈은 기지 이전사업에 전용될 분담금이 이전 지연으로 2002년 이후 쌓여온 것이라고 주한미군 쪽은 밝혔다. 미국이 불용액을 쌓아두고도 증액을 압박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 쪽의 분담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려는 터닦기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 인터넷 기관지 〈국정브리핑〉은 지난해 10월16일 “미국은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가 주둔비용의 75%를 분담해야 한다는 미 의회의 기준을 내세우며 중간목표로 50% 분담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여러 이유로 평통사는 외교·국방 장관 등 협상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분담금 협상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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