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열차 시험운행을 한 17일 통일부 홍보대사 탤런트 고은아(왼쪽)씨가 탑승한 경의선 남쪽 열차가 북쪽 지역에 들어서자, 홍씨가 북쪽 경비병에게 손짓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탤런트 고은아 “온 국민 자유롭게 오갈 날 왔으면”
북쪽 기관사 “조국 역사에서 진짜 잊지 못할 날”
북쪽 기관사 “조국 역사에서 진짜 잊지 못할 날”
시험운행’이란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분단의 경계를 가로지른 경의선, 동해선 열차는 한반도의 허리뿐 아니라 마음까지 짓누르던 거대한 장벽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탑승객들은 눈시울을 붉히다 감격의 환성을 지르기도 했다.
“북한에서 태어나신 외할아버지는 끝내 북녘 땅을 못밟고 돌아가셨는데 외할아버지의 한을 제가 풀어드리는 것 같아요.” 17일 문산에서 개성까지 오간 경의선 열차에 탑승한 탤런트 고은아(19)씨는 북녘 땅이 고향인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감회에 젖었다. 통일부 홍보대사인 그는 “제 또래들이 통일에 더 관심을 갖고 북에도 더 많은 사랑을 줬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특별한 날이 아니라 온 국민이 자유롭게 북한을 열차로 오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의선 열차에 탑승한 리영희(77) 한양대 명예교수는 “평안북도 삭주가 고향인데 중학교 1~4학년을 서울에서 다니며 방학 때 고향에 갈 때마다 경의선을 탔다. 그때 경의선은 일제가 조선과 만주를 수탈하는 목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한 열차였지만, 오늘 이 열차는 한반도 평화를 지속시키고 유럽까지 뻗어가 민족의 번영을 물질적으로 가져오는 그런 열차로 탈바꿈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내이자 통일운동가인 박용길(89) 장로는 “이렇게 특정한 사람만 가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와야지. 겨우 개성까지밖에 못 가 실망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본격적인 열차 연결의 첫발을 들여놓은 것이고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 금강산역에서 남쪽 제진역까지 달린 동해선 탑승객인 소설가 이호철씨는 “남북 간에 만나는 사람이 많아지고 한솥밥 먹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많아지는 게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관계가) 보통 사람살이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좀더 속도를 내며 이뤄지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엠비시 <느낌표>의 남북 알아맞추기 경연대회에서 2등을 한 인연으로 동해선 열차의 최연소 탑승객이 된 홍지연(인천 용현여중1) 양은 “나이도 어린데 역사적인 일에 참여하게 된 게 영광스럽다”며 “가뜩이나 땅도 좁은데, 통일되면 서로 좋은 점을 발전시켜 더 부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의선 열차를 이끌고 반세기 만의 시험운행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무사히 수행해낸 기관사 신장철(55)씨는 “반세기 오랜 세월을 넘어 무사히 개성역에 도착하고 임무를 완수해 기쁘고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해선 열차를 운전한 북쪽 기관사 로근찬씨는 남쪽 이용섭 건설교통부장관이 “역사적인 순간인데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조국 분단 역사에서 진짜 잊지 못할 날”이라며 “6·15정신에 기초해 북남 통일을 앞당기는 데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경의선·동해선/공동취재단, 박민희 김남일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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