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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다음 회담일정 빠진 ‘공동보도문’ 체면치레

등록 2007-06-01 19:20수정 2007-06-01 22:21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의 남북대표들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권호웅 북한 내각 책임참사(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회의장에서 성과 없이 끝난 회담의 공동보도문을 읽고 있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의 남북대표들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권호웅 북한 내각 책임참사(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회의장에서 성과 없이 끝난 회담의 공동보도문을 읽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북 “합의 지키라” 이번엔 역공…남, 명분 밀려
8일 군사실무회담, ‘6·15민족통일대축전’ 등 힘빠질 듯

‘2·13합의’에 발목잡힌 남북관계 어디로

제21차 남북 장관급 회담은 ‘2·13 합의’ 이행 틀에 갇힌 남북 관계의 현실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회담의 ‘입구’에 해당하는, 남쪽의 쌀차관 제공 유보 방침을 놓고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 정작 회담 의제는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남쪽은 회담 시작 전부터 2·13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쌀차관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북쪽 대표단은 ‘식량차관 합의서’에 명시된 ‘5월말 쌀 첫 수송’을 근거로, “합의된 것은 지키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남쪽이 주로 활용해 온 “합의된 것은 지키라”는 논리를 빌려 ‘역공’을 펼친 것이다. 남쪽은 명분 싸움에서 뒤로 밀렸다.

회담 사흘째인 31일 노무현 대통령과 남쪽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면담까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도 ‘2·13 합의 초기조처 이행 때까지 쌀차관 제공 유보’ 방침이 재확인됐다. 회담 성패의 분수령이었다. 북쪽은 남쪽 최고 당국자의 의지를 다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자 공동보도문 초안 교환을 미루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짐작된다. 남쪽 대표단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옥수수 제공’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옥수수값이 크게 오르는데다, ‘옥수수와 쌀이 뭐가 다르냐’는 보수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남북 관계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송금 문제가 풀려 2·13 합의 초기조처가 이행되지 않는 한, 동력을 찾기 힘들게 됐다. 우선 다음 장관급 회담 날짜도 잡지 못했다. 장관급 회담 이외에 다른 남북 회담도 앞길을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당장 8일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군사 실무회담도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는 14일~17일 평양에서 열리는 ‘6·15 민족통일 대축전’이 열릴지 확신하기 어렵고, 열리더라도 격은 낮아질 전망이다. 6월 말부터 본격화될 경공업 원자재 제공 및 지하자원 개발 남북 협력 사업은 정부가 “2·13 이행과 무관하다”고 밝혀 온 만큼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앞으로 대북 협상력이 떨어질 게 뻔하다. 권호웅 북쪽 단장을 비롯한 통일전선부도 ‘강경파’에 밀려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높다. 북쪽은 최근 남쪽의 쌀 제공을 기정사실화하고 군량미까지 풀었으며, 쌀의 시장 가격마저 오르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현안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외형적으로 ‘공동보도문’이라도 마련해, 최악을 피하고 성숙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는 평가도 있다. 2·13 합의 이후 현재의 정세 흐름에 비춰 회담을 결렬 형식으로 마무리하면 남북 모두 부담이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비디에이 문제에 가로막힌 2·13 합의 이행 여부에 남북 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방향으로 몰아간 정부의 방침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봉조 통일연구원 원장은 “비디에이 처리는 북한이 미국과 협의해 해결 방향을 찾고 있는 것”이라며 “쌀을 지렛대로 쓰면 북에는 불신을 주면서 비난을 받을 이유가 되고, 남쪽 내부에선 식량을 줄 때마다 논란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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