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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미국-중국 핑퐁게임 수렁 빠져드는 BDA

등록 2007-06-01 19:23

중, 미의 ‘BDA 경영진 교체’ 요구 거부
‘와코비아 통한 송금’엔 미 법무부 난색
북핵 2·13 합의 초기조처 이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장기화하고 있다. 기술적이고 절차적인 문제라며 ‘며칠 안에 해결될 것’이라던 이 문제는 또 다시 달을 넘겼다. 2·13합의 이행에 대한 회의론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달 30~31일 베이징에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새로운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힐 차관보는 비디에이의 경영진 교체나 제3자 인수를 통해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한 미 재무부의 최종 판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디에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처를 불쾌하게 여기는 중국 당국을 설득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귀국했다. 비디에이 소유주이자 중국 정협(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스탠리 아우 회장은 퇴진이나 매각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공을 상대쪽으로 떠넘기는 ‘핑퐁 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힐 차관보의 베이징행은 새로운 돌파구 모색을 위한 것이었다. 미국의 와코비아은행를 통한 송금중계 방안도 재무부와 법무부의 비협조로 사실상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애국법 311조에 대한 예외적 해석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재무부는 와코비아은행에 대한 특별면제 조처의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고 한국수출입은행이 중계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던 한국 쪽의 제안도 미국과 북한 양쪽에서 거부됐다.

대안을 찾지 못한 힐 차관보는 북쪽에 핵시설 폐쇄를 위한 조처를 먼저 취하도록 촉구했다. 힐 차관보가 북한에 보낸 ‘구조 요청 신호’다. 북한의 응답은 냉랭하다. 김명길 북한 유엔대표부 공사는 최근 <한겨레>와 회견에서 “어느 쪽의 사정이 있으니 고려해주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관계에서나 있는 일”이라며 “아주 적대적인 나라들 사이의 합의에선 배려보다는 합의대로 했느냐를 따지게 돼 있다”고 잘라말했다.

협상파인 힐 차관보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의 소식통들은 “부시 행정부 밖의 보수강경파들이 힐 차관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흔들고 있다”며 “행정부 안에서도 아직 공개적 비난은 없지만 그럴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4월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미국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다며 “미국이 실수했다”고 말했다는 <교도통신>의 31일 보도는 워싱턴의 기류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라크나 이란 문제에 견줘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법에 힘을 쏟았던 부시 대통령의 인내가 언제 한계에 이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6~8일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릴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2·13합의 이행 촉구 관련 성명은 그 시작일 수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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